감회 (感怀)

金千根

<p class="ql-block">양력 3월 14일, 농력 1월 26일, 토요일, 세상에 이름이 잘 알려지지 않았지만 주변 사람들에게는 술로 소문이 난 김천근, 오늘은 그의 63주년 출생 기념일. 새벽 네시에 부시시 일어나 창밖을 내다보니 작은 눈이 조용히 내리고 있었다. 나의 시각으로는 눈이 오고 있지만 눈의 시각으로는 자기가 어디론가 가고 있을 것이다. 동서로 넓게 뻗은 길은 하얀 눈에 덮였는데 남북으로 좁게 난 골목은 눈이 내리는 족족 녹아서 그런지 검은 색 그대로이다. 봄눈은 풍년의 징조라고 하는데. 아무튼 기분이 좋아난다. 살아있다는 것만으로, 더우기 살아서 눈으로 눈을 볼 수 있다는 것만으로 조금은 행복해 보이는 자기의 모습을 떠올려 본다. 시선(诗仙) 리백이나 시불(诗佛) 왕유보다 더 오래 살았지만 그들처럼 천고의 명시는 고사하고 당대에 알려질만한 변변한 시 한 수 써보지 못했구나. 언제나 환경을 문제로 삼는 사람은 자신이 바로 문제인이다. 모든 것이 자기 탓일 뿐이다. 시재가 무딘 것 외에도 시를 쓰는 혜안과 용기와 자세가 부족하거나 틀린 등, 시인에게 필수되는 천부와 노력 모두가 미달하다는 것을 시원히 인정할 때가 되였다. 아무 것도 남기지 못한 평범한 사람으로, 아무도 주목하지 않는 평범한 일상으로 매일을 채워가면서 매일을 잃어가는 조금은 여유를 부리는 그저 그런 사람으로 살아가고 싶다. 아직도 소리없이 내리고 있는 눈처럼 오는지 가는지, 쌓이는지 녹는지에 집념하지 않고 지금 이 순간 자기가 눈으로 존재하고 있다는 존재감만으로 만족하는 그런 지극히 간단한 삶을 살았으면 좋겠다. 나를 이 세상에 태여나게 해준 아부지 김룡길과 엄마 김고분에게 감사를 드립니다. 아부지, 엄마, 오늘따라 너무나 보고 싶습니다. 아직도 소리없이 내리는 하아얀 눈을 아부지, 엄마의 깨끗한 축복이라고 믿어도 되나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