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발 (出发)

金千根

<p class="ql-block">이제는 만나기 위해 떠난다는 약속 쉽게 믿지 않겠습니다. 금방 올 거라며 뒤도 돌아보지 않고 담담히 떠나던 당신은 예순의 이슥한 가을에도 오지 않습니다. 기별조차 없습니다. 오늘부터 나는 떠나기 위해 만날 겁니다. 그 만남이 아무리 짧아도 아무리 슬퍼도 말입니다. 좀처럼 지치지 않는 기다림을 야윈 나무가지에 걸어놓고 행여 누군가 쳐다라도 보지 않나 은근히 마음을 졸입니다. 그러다 찬 바람이라도 불어오면 무슨 싱그러운 소식이라도 있나 코를 벌름거립니다. 떠날 때까지 누군가와 만나지 못해도 괜찮습니다. 채 잃어버리지 않은 원초의 자기가 있지 않습니까. 그런 자기와 마지막 악수를 나누고 어디론가 떠날 겁니다. 채 마르지 않은 낙엽과 무엇인가를 교감하면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