庾美花的美篇

庾美花

<p class="ql-block">희망은 살아가는 방식이다</p><p class="ql-block"> 유미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희망은 언제나 눈부신 햇살 아래에서만 피어나는 꽃이 아니다. 오히려 가장 깊은 밤 별 하나 보이지 않는 하늘 아래에서도 묵묵히 자라는 풀과 같다. 사람들은 흔히 희망을 밝은 미래나 좋은 결과로 생각하지만 삶의 무게를 온몸으로 견뎌 본 사람들은 안다. 희망은 결과가 아니라 오늘을 견디게 하는 힘이며 내일을 향해 한 걸음 더 내딛게 하는 마음의 등불이라는 것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몇 해 전 겨울, 나는 길모퉁이에서 무를 팔던 한 노인을 만난 적이 있다. 함박눈이 펑펑 쏟아지는 저녁이었다. 손가락은 추위에 붉게 얼어 있었고 입김은 하얗게 흩어졌지만그의 눈빛만은 놀라울 만큼 맑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 늦은 시간까지 왜 나오셨습니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내 물음에 노인은 빙그레 웃으며 말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내일이면 날이 풀린다고 하더군요. 그 말을 믿고 있지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말은 오랫동안 내 마음에 남았다. 내일 정말 날이 풀릴지 아무도 알 수 없었다. 그러나 노인은 믿고 있었다. 혹독한 겨울 끝에 반드시 봄이 오듯이 자신의 삶에도 따뜻한 날이 찾아올 것이라고. 그에게 희망은 미래를 예측하는 일이 아니라 오늘을 견디게 하는 힘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세월이 흐른 뒤 나는 그 노인의 마음을 조금은 이해하게 되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 역시 희망 하나로 버틴 시간이 있었기 때문이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어느 날부터 귀가 잘 들리지 않기 시작했다. 처음에는 대수롭지 않게 여겼다. 피곤해서 그러려니 했고 시간이 지나면 괜찮아질 것이라 생각했다. 하지만 점점 사람들의 말소리가 멀어졌다. 여러 사람이 함께 이야기하는 자리에서는 무슨 말을 하는지 알아듣기 어려웠고전화벨 소리도 희미하게 들렸다. 텔레비전 소리는 점점 커졌고 나는 어느새 사람들 앞에서 자꾸만 되묻게 되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방금 뭐라고 하셨나요?”</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말이 반복될수록 마음은 위축되었다. 혹시 상대방이 귀찮아하지 않을까 답답해하지 않을까 하는 걱정이 앞섰다. 사람들과의 만남도 예전 같지 않았다. 함께 있어도 대화 속으로 들어가지 못하는 순간이 많아졌다. 소리는 들리지 않는데 사람들은 웃고 있었고 나는 그 웃음의 이유를 알 수 없었다. 그럴 때면 세상과 나 사이에 보이지 않는 벽이 생긴 것만 같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무엇보다 두려웠던 것은 침묵이었다. 세상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는데 나만 점점 소리에서 멀어지는 느낌이었다. 새가 지저귀는 소리, 빗방울 떨어지는 소리, 시장의 활기찬 소리, 사람들의 웃음소리. 너무나 익숙해서 소중함을 몰랐던 것들이 하나둘 사라져 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럼에도 내 마음 한구석에는 작은 희망 하나가 남아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언젠가는 다시 들을 수 있을 거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희망은 크지도 화려하지도 않았다. 바람 앞의 촛불처럼 흔들릴 때도 많았다. 그러나 완전히 꺼지지는 않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러던 중 선배님의 권유로 연변로중의병원에서 침구 치료를 받게 되었다. 마지막이라는 심정으로 찾아간 병원이었다. 열흘 동안 정성껏 치료를 받기로 마음먹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리고 첫날 치료를 마친 뒤 집으로 돌아오는 버스 안에서 기적 같은 순간이 찾아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역입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희미하지만 분명하게 버스 안내방송 소리가 들려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순간 나는 숨을 멈춘 채 귀를 기울였다. 다시 들렸다. 믿기지 않았다. 너무도 평범한 안내방송이었지만 나에게는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소리였다. 가슴이 벅차올랐고 눈시울이 뜨거워졌다. 잃어버렸다고 생각했던 세상의 문이 다시 열리는 것만 같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날 밤 나는 오랜만에 행복이라는 감정을 온전히 느꼈다. 내일은 더 좋아질 것 같았고 머지않아 예전처럼 들을 수 있을 것만 같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러나 삶은 늘 기대한 방향으로만 흘러가지는 않는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며칠이 지나고 치료를 계속했지만 더 이상의 뚜렷한 변화는 나타나지 않았다. 처음 느꼈던 희망은 점차 실망으로 바뀌었다. 열흘의 치료가 끝났을 때 나는 다시 현실과 마주해야 했다. 여전히 세상은 조용했고 나는 무음의 세계를 살아가고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때의 허탈감은 쉽게 설명하기 어렵다. 높이 날아오를 것이라 믿었던 새가 다시 땅으로 내려앉는 기분이었다. 희망이 컸던 만큼 실망도 컸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주변의 친척들과 친구들은 나를 위로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괜찮아질 거야.”</p><p class="ql-block">“다른 방법도 있을 거야.”</p><p class="ql-block">“희망을 잃지 마.”</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따뜻한 말들은 분명 힘이 되었다. 하지만 상실의 아픔은 누군가 대신 짊어질 수 없는 것이었다. 결국 그 시간을 견디는 일은 내 몫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과정에서 나는 중요한 사실 하나를 깨달았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희망은 원하는 것을 얻었을 때만 존재하는 것이 아니라는 사실이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우리는 흔히 희망을 성공이나 회복 좋은 결과와 연결한다. 그러나 인생은 언제나 뜻대로 되지 않는다. 열심히 노력해도 실패할 수 있고 간절히 바라던 일이 이루어지지 않을 수도 있다. 그렇다면 희망도 함께 사라지는 것일까?</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진정한 희망은 결과가 아니라 태도에 있다. 넘어지지 않는 것이 아니라 넘어져도 다시 일어서는 마음이다. 울지 않는 것이 아니라 눈물을 흘리면서도 삶을 포기하지 않는 용기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는 비록 완전한 회복을 얻지는 못했지만 그 시간을 통해 희망의 참된 의미를 배웠다. 희망은 멀리 있는 미래가 아니라 지금 이 순간 살아가려는 의지 속에 있다는 것을.</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생각해 보면 우리의 삶도 자연과 닮아 있다. 겨울이 오면 나무들은 모든 잎을 내려놓는다. 겉으로 보기에는 죽은 것처럼 보이지만 뿌리는 여전히 살아 있다. 봄을 준비하며 조용히 힘을 모은다. 희망도 마찬가지다. 보이지 않는다고 해서 없는 것이 아니다. 때로는 가장 깊은 곳에서 다음 계절을 준비하고 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우리는 살아가면서 수많은 겨울을 만난다. 질병의 겨울, 가난의 겨울, 외로움의 겨울, 상실의 겨울이 찾아온다. 그 겨울은 때로 길고 혹독하다. 하지만 아무리 긴 겨울이라도 결국 봄은 찾아온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래서 오늘도 나는 희망을 말하고 싶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희망은 특별한 사람만이 가진 능력이 아니다. 아침에 눈을 뜨고 하루를 시작하는 마음 힘든 날에도 다시 밥을 짓고 다시 사람을 만나고 다시 웃어 보려는 마음속에 이미 희망은 존재한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희망은 저 멀리 있는 것이 아니다. 우리의 호흡 속에 있고 우리의 발걸음 속에 있으며 다시 시작하려는 마음속에 살아 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어둠 속에서도 꺼지지 않는 작은 등불처럼.</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리고 그 등불을 끝까지 지켜 내는 사람은 이미 희망 그 자체로 살아가고 있는 사람일 것이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장백산 종이 잡지에 오르는 수필</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