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span style="color:rgb(22, 126, 251);"> 한국 별다방 도서관</span></p> <p class="ql-block"> 키스의 신, 장미 / 유미화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오늘은 나의 생일이다.</p><p class="ql-block">아침에 남편은 아무 말 없이 출근했고 전화 한 통도 없었다. 혹시 잊은 걸까. 괜히 마음이 시무룩해졌지만 서운함을 털어놓을 곳도 없어 혼자 괜찮은 척을 하고 있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때였다.</p><p class="ql-block">문 여는 소리와 함께 남편이 들어왔다. 두 손에는 커다란 장미 꽃다발이 들려 있었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꽃 장미였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순간 울컥하는 마음에 꽃다발을 꼭 안았다. 두근거리는 내 심장 소리가 전해졌을까. 장미도 붉은 얼굴로 향기를 터뜨리며 나를 마주 안는 듯했다. 꽃과 내가 서로를 위로하는 기분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 모습을 보던 남편이 웃으며 말했다.</p><p class="ql-block">“그거 꽃잎으로 전도 만들고 장미차도 해 먹어. 요즘 식용 장미 많이 쓴대.”</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농담처럼 던진 말이었지만 장미를 들여다보니 차마 손을 대기 어려웠다. 갓 태어난 아기처럼 애처롭고 곱게 느껴졌다. 나는 조심스레 유리병에 물을 담아 장미를 꽂고 햇살이 잘 드는 창턱 위에 올려두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다음 날 아침 눈을 뜨자마자 장미를 먼저 찾았다.</p><p class="ql-block">햇살 한 줌을 가득 머금은 장미는 나를 향해 활짝 웃고 있었다. 그 미소에 괜히 나도 웃음이 났다. 그렇게 하루가 지나고 또 하루가 지났다. 장미는 조용히 내 일상의 한가운데로 스며들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러던 어느 날 꽃잎이 한 장씩 떨어지기 시작했다.</p><p class="ql-block">나는 그 작은 이별들을 그냥 흘려보낼 수 없어 떨어진 꽃잎을 하나하나 정성껏 모았다. 그리고 말려 두었다가 아침이면 귤 껍질과 함께 따뜻한 물에 넣어 우려 마셨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처음 장미차를 마신 날 나는 깜짝 놀랐다.</p><p class="ql-block">은은한 향이 입술에 닿는 순간 마치 장미가 조용히 입을 맞추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따뜻한 향기가 목을 타고 내려가자 마음속까지 환해졌다. 눈을 감으니 온통 꽃으로 가득한 바다에 떠 있는 기분이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그제야 알았다.</p><p class="ql-block">장미는 시들어 사라진 것이 아니라 향기가 되어 내 안으로 들어왔다는 걸. 생일 선물은 꽃다발이 아니라 내 하루를 다시 꽃처럼 피워 준 그 시간들이었는지도 모른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는 미소 지으며 또 한 모금 마셨다.</p><p class="ql-block">오늘 아침도 내 안에는 장미가 피어 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장백산 위채에 발표된 작품 </p><p class="ql-block"> 2026,4,29</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