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5年立冬 珲春的第一场雪

江河千里行

2025년 립동

훈춘에 첫눈이 내렸다

2025년 립동 아침, 훈춘의 하늘에는 슬슬 첫눈이 내렸다. 창문을 열어 젖히자 찬 공기가 가는 눈송이를 싸서 얼굴을 덮쳐 왔는데 마치 무수한 요정들이 속눈썹 위에서 뜀박질하는 것 같았다. 먼 곳의 삼각산의 윤곽은 눈안개에 의해 수묵화로 그려졌고 가까운 곳의 송림은 얼음빛으로 뒤덮여 가지마다 은색의 줄을 이루었다.

거리에는 조기 로점상들이 이미 붉은 우산을 쓰고 있었다. 사탕후루를 파는 로인은 흰 김을 내뿜고 유리사탕껍데기는 눈빛속에서 호박색의 따뜻함을 띠였다. 군고구마 장수의 양동이에서 모락모락 연기가 하늘로 흩날리는 눈송이와 함께 모락모락 피어올랐다. 교복 입은 아이들이 우지직거리는 눈을 밟으며 학교로 달려간다. 책가방의 걸이가 달음박질하는 소리와 함께 가방위에 쌓인눈이 소르르 떨어진다.

동네 광장에서 아이들 몇 명이 나뭇가지로 눈 위에 낙서를하고 있었다. 빨간 털모자를 삐뚤게 쓴 눈사람, 얼어서 반짝거리는 당근코, 웃는 아이들의 빨간 얼굴에는 연탄 두 알이 비쳐졌다.

나는 쌓인 눈을 밟으며 광장으로 갔는데 가죽신은 눈 융단에 깊고 옅은 발자국을 남겼다. 길가의 은행나무는 눈망울을 쓰고 있어 황금빛 락엽과 흰 눈이 어우러져 멋을 자아낸다. 배달부아저씨의 전동차는 눈우에서 구불구불한 궤적을 그려내고있었고 바구니안의 소포는 눈을 방지할수 있는 비닐로 싸여있어 정성껏 포장한 선물같았다.

이번 눈은 예년처럼 광폭하지 않고 딱 알맞게 내렸다. 그것은 도시의 모서리를 부드럽게 덮어 시멘트 숲의 차가운 딱딱함을 잠시나마 벗겨 준다. 환경위생로동자들은 간선을 청소하기 시작하였는데 삽과 지면이 부딪치는"끽끽"소리와 나뭇가지에 눈이 떨어지는"바스락"소리가 어우러져 입동의 교향곡을 작곡하였다.

나는 정오에 창가에 서서 햇빛 아래 별부스러기처럼 반짝이는 눈송이를 보았다. 옥상에 쌓인 눈은 녹고 물방울은 배수관을 타고 떨어지면서 땅을 파내고 있었다. 이 순간 겨울 풍경은 나로 하여금 할머니 말씀하신 것을 생각나게 한다:"첫눈은 하느님이 우리에게 따뜻함을 마음에 두라고 쓴 편지이다."

저녁 무렵이 되자 눈이 그쳤다. 석양이 구름에 금테를 두르고 남은 석양이 눈밭에 내려앉아 도시 전체가 당상을 입은듯하다. 퇴근하는 사람들은 목도리를 두르고 바쁜 걸음이지만 웃음을 감추지 못한다. 모퉁이 카페에서는 라테 향기가 풍기고 터틀넥을 입은 커플들이 뜨거운 음료를 함께 마시고 있다. 유리창 위로 안개가 끼어서 윤곽은 희미해지지만 따뜻함이 더 선명하게 느껴진다.

입동의 눈은 아무 말 없는 시인처럼 순백의 시로 훈춘의 거리를 장식하고 쌀쌀한 운율로 우리에게 추운 겨울이 닥쳐왔지만 마음만 따뜻하면 하루하루 꽃피는 봄처럼 살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2025年立冬

珲春的第一场雪

2025年立冬的清晨，珲春的天空悄然落下第一场雪。我推开窗，冷空气裹着细碎的雪粒扑面而来，像无数精灵在睫毛上跳跃。远处三角山的轮廓被雪雾晕染成水墨画，近处的松林挂满冰晶，每一根枝桠都成了银色的琴弦。

街巷里，早起的摊贩已支起红伞。卖糖葫芦的老汉呵着白气，玻璃糖壳在雪光里泛着琥珀色的暖；卖烤红薯的铁桶腾起袅袅青烟，与飘落的雪花缠绵着升向天空。穿校服的少年们踩着"咯吱"作响的雪地奔向学校，书包上的挂件随着奔跑叮当作响，惊起书包上积雪簌簌坠落。

社区广场上，几个孩童正用树枝在雪地上涂鸦。他们堆的雪人歪戴着红绒线帽，胡萝卜鼻子被冻得发亮，两颗煤球眼睛倒映着孩子们通红的笑脸。

我踩着积雪走向广场，皮靴在雪毯上印出深浅不一的脚印。路边的银杏树披着雪纱，金黄的落叶与白雪相映成趣。快递小哥的电动车在雪地里划出蜿蜒的轨迹，车筐里的包裹裹着防雪塑料布，像精心包装的礼物。

这场雪下得恰到好处，不似往年那般狂暴。它温柔地覆盖了城市的棱角，让钢筋水泥的丛林暂时褪去冷硬。环卫工人开始清扫主干道，铁锹与地面碰撞的"嚓嚓"声，应和着雪落枝头的"簌簌"声，谱成立冬的交响曲。

午间，我站在窗前，看雪片在阳光下闪烁如星屑。对楼屋顶的积雪正在融化，水珠顺着排水管滴落，在地面砸出一个个小坑。这转瞬即逝的冬日景象，让我想起外婆说的："第一场雪是老天爷写的信，提醒我们该把温暖收进心里了。"

傍晚时分，雪停了。夕阳为云层镶上金边，余晖洒在雪地上，整座城市仿佛被撒了层糖霜。下班的人群裹紧围巾，脚步匆匆却难掩笑意。街角的咖啡馆飘出拿铁香气，穿高领毛衣的情侣共享着同一杯热饮，玻璃窗上的雾气模糊了他们的轮廓，却让温暖愈发清晰可感。

这场立冬的雪，像位沉默的诗人。它用洁白的诗行装点珲春的街巷，用清冷的韵脚提醒我们：寒冬已至，但只要心怀暖意，每个日子都能活成春暖花开的模样。