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신석운</p><p class="ql-block">삶은 등산과 같다.</p><p class="ql-block">아침 햇살이 나뭇잎 사이로 스며드는 오솔길,</p><p class="ql-block">풀잎에 맺힌 이슬이 발끝에서 터지고,</p><p class="ql-block">그 순간의 바람은 온몸을 깨운다.</p><p class="ql-block">정상만 바라본다면</p><p class="ql-block">길 위의 숨결들은 눈에 들어오지 않는다.</p><p class="ql-block">그 길은 금세 고통으로 변해 버린다.</p><p class="ql-block">오늘, 쉬는 날.</p><p class="ql-block">친구와 마주 앉아</p><p class="ql-block">지글지글 익어가는 고기 소리를 들으며</p><p class="ql-block">참숯 향을 천천히 들이마신다.</p><p class="ql-block">잔 속 황금빛 거품이 서로의 웃음을 반짝이며 흔들린다.</p><p class="ql-block">창밖,</p><p class="ql-block">이국의 저녁노을이 서서히 번져</p><p class="ql-block">우리의 대화를 붉게 물들이고,</p><p class="ql-block">그 빛 속에서 나는 또 하루를 충전한다.</p><p class="ql-block">정상은 잠시뿐,</p><p class="ql-block">길 위의 바람과 향기,</p><p class="ql-block">함께하는 이의 숨결이</p><p class="ql-block">진짜 산을 만든다.</p><p class="ql-block">산의 참맛은 정상에 있지 않고,</p><p class="ql-block">그 길 위에 스며 있는 순간순간에 있다.</p><p class="ql-block">/신석운</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