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석각의 기억/ 리영해 </b></p><p class="ql-block"> — 훈춘 오대징을 노래하며</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한 줄기 강물이 국경을 그리던 날 </p><p class="ql-block">너는 땅의 문장을 새겼네 </p><p class="ql-block">대지의 뼈대를 바로 세우는 </p><p class="ql-block">한 획이 되었도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철마이는 북풍 속 </p><p class="ql-block">너는 갑옷에 서리를 녹이며 </p><p class="ql-block">산맥을 갈무리했네 </p><p class="ql-block">쇠뿔도 부러지는 협곡에 </p><p class="ql-block">네 이름이 비석으로 솟아 </p><p class="ql-block">바위 심장에 박혔도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한 치의 흙에도 뿌리 내린 </p><p class="ql-block">강철의 붓끝이여! </p><p class="ql-block">앵두목 총열보다 단단했던 </p><p class="ql-block">네 의지가 </p><p class="ql-block">흙으로 하여금 돌이 되게 하니 </p><p class="ql-block">토자비(土字碑)여, 영원한 설경이 되어 </p><p class="ql-block">영욕의 얼굴을 비추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기억은 새겨진다 </p><p class="ql-block">마치 네가 장백산 벼랑에 </p><p class="ql-block">룡호를 먹으로 파듯이 </p><p class="ql-block">룡은 하늘을 가로지르고 </p><p class="ql-block">호는 땅의 경계를 지키니 </p><p class="ql-block">한 필획에 뼈가 서리도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제 우리가 섰노라 </p><p class="ql-block">너의 석각 앞에 </p><p class="ql-block">바위 속에서 뿜어나는 고동을 들으며 </p><p class="ql-block">강산이 깨어나는 새벽 </p><p class="ql-block">철쇠 녹는 소리가 </p><p class="ql-block">동해에 부는 바람에 실려 </p><p class="ql-block">천년의 빙하를 부수네 </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