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깨를 나란히 하다

신석운

<p class="ql-block">  2025년 7월 8일 오후, 한국언론진흥재단(한국프레스센터) 20층 국제회의장.</p><p class="ql-block">조명이 천장을 타고 무대를 환히 비추는 가운데, 사회자의 목소리가 장내를 울렸다.</p><p class="ql-block">“제23회 국제기이아문화대상 수상자, 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손봉금!”</p><p class="ql-block">그 순간, 환경부·행정안전위원회·교육위원회·문화체육관광위원회 관계자들, 배우·가수·작곡가·미술가 등 300여 명의 인사들로 가득한 객석에서 우레 같은 박수갈채가 터져 나왔다.</p><p class="ql-block">손봉금 선생은 조심스럽게 무대 위로 올라섰다.</p><p class="ql-block">‘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 손봉금.’</p><p class="ql-block">그 이름이 또렷이 울려 퍼진 순간은 단순한 수상이 아니었다.</p><p class="ql-block">그것은 한 세대의 문학이, 하나의 공동체가 이룬 눈부신 성취의 상징이었다.</p><p class="ql-block">조선족 문학이 지나온 길, 말과 정체성 사이에서 지켜 온 글자의 무게를 아는 이들만이 느낄 수 있는 깊은 공감의 장면이었다.</p><p class="ql-block">이날의 시상식은 또 하나의 역사적 장면을 남겼다.</p><p class="ql-block">재한동포문인협회 제2세대 장문영 회장이 선배들로부터 물려받은 ‘문학의 깃발’을 들고, 동료 문인들과 함께 한국문인대회 본무대에 오른 것이다.</p><p class="ql-block">장 회장을 중심으로 손봉금 사무국장, 이광일 시인, 엄분자 수필가, 그리고 응원단 남태일 소설가, 유영란 시낭송가님 , 천숙 수필가님 , 신석운 기자님 비롯한 300명 한국분들 앞에 나란히 무대에 섰다.</p><p class="ql-block">이날 그들은 단순한 참가자가 아닌, 한국 문학의 새로운 주체로서 당당히 존재를 증명했다.</p><p class="ql-block">길림·요녕·흑룡강의 골목마다, 허름한 책상 앞에서 밤을 지새우며 시를 쓰고 소설을 적어 내려가던 조선족 청년들이 떠올랐다.</p><p class="ql-block">특히 1980년대, 문학이 억눌리고 외로웠던 시절에도 많은 문인들은 램프불 아래서 밤을 지새우며 한 줄 한 줄 글을 써 내려갔다.</p><p class="ql-block">그분들의 손끝에서 피어난 문장 하나하나가 오늘날 후배들에게 등불이 되어 주었다.</p><p class="ql-block">그 덕분에 지금의 조선족 2세 문인들은 바다를 건너 한국에 와서도, 당당히 펜을 들 수 있게 되었다.</p><p class="ql-block">그들이 꾹꾹 눌러 써 내려간 문장들이 마침내 문단의 중심으로 걸어 들어온 것이다.</p><p class="ql-block">이제 조선족 문인은 더 이상 ‘재외’나 ‘변방’의 이름으로 불리지 않는다.</p><p class="ql-block">그들은 바다를 건너, 한강·대동강·임진강에서 잉어와 붕어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며 헤엄치고 있다.</p><p class="ql-block">조선족 문학은 더는 이방의 언어가 아니다.</p><p class="ql-block">한국 문단의 심장에서, 지금 이 순간에도 살아 숨 쉬고 있다.</p><p class="ql-block">그날, 나는 문학의 본질을 다시 생각하게 되었다.</p><p class="ql-block">국경을 넘어 말을 건네는 힘, 바로 그 힘이야말로 문학의 본질임을.</p><p class="ql-block">조선족 문학은 이제 생존의 언어를 넘어, 존엄과 정체성을 노래하고 있다.</p><p class="ql-block">그리고 한국 문학이라는 넓은 숲속에서, 한 그루 당당한 나무로 우뚝 서 있다.</p><p class="ql-block">무대 위 손봉금 선생의 모습은 단지 한 문인의 수상이 아니라, 조선족 문학의 새로운 이정표였다.</p><p class="ql-block">그 미래의 풍경 속에는 장문영 회장의 용기와 결단, 그리고 이름 없이 조용히 써 내려간 수많은 동포 문인들의 노고가 함께 새겨져 있다.</p><p class="ql-block">그날, 나는 무대 아래에서 조용히 마음속으로 되뇌었다.</p><p class="ql-block">“재한동포 문인의 제2세대는, 이제 한국 문단과 어깨를 나란히 걷고 있다.”</p><p class="ql-block">손봉금 선생님 프로필.</p><p class="ql-block">손봉금 작가는 1968년 6월 23일 흑룡강성에서 태어났으며, 중국에서 오랜 기간 교육 사업에 종사했다.</p><p class="ql-block">현재는 한국에 거주하며 한국방송통신대학교를 졸업하고, 시와 수필로 한국 문단에 등단했다.</p><p class="ql-block">한·중 양국에서 다수의 문학상을 수상하였으며, 재한동포문인협회 사무국장으로 활동하며 조선족 문학의 뿌리를 지키고 확장하는 데 앞장서고 있다.</p><p class="ql-block">/신석운 기자</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