당신의 이름 당신의 향기 / 한영남

메아리 MEARI 诗朗诵

당신의 이름 당신의 향기

시: 한영남

내가 당신의

그 꽃다운 이름을 불러주자

당신은 이름보다 아름다운 존재로

내게 다가왔습니다

내가 당신의

그 빛부신 향기를 맡아주자

당신은 향기보다 더 진한

눈부심으로 나를 울렸습니다

당신의 이름은

당신의 이름이기에 앞서

내가 당신께로 향하는

가장 순수한 길이고

당신의 향기는

당신의 향기이기에 앞서

당신이 내게로 보내주는

가장 행복한 메시지입니다

당신은 너무 싱그러운 이름으로

내 가슴을 적시였고

당신은 너무 부드러운 향기로

나의 눈을 가리웠습니다

당신의 이름이

그렇게 따스하지만 않았던들

나는 나대로 초라한 모습을

간직하고 살았겠지요

당신의 향기가

그렇게 상냥하지만 않았던들

나는 부끄러운줄을 모른채

으시대야 했겠지요

당신은

당신의 그 이름으로 그 향기로

눈 없는 나의 시야를 밝혀주었고

귀 없는 나의 청각을 열어주었고

코 없는 나의 흐림을 닦아주었고

손 없는 나의 마음에

날개를 달아주었지요

나의 마음에

날개가 돋지 않았더라면

이 세상 그 아름다운 이름과

그 송송 향기에

내가 어찌 젖어볼수가 있었겠어요

저 푸른 하늘의 구름도

당신의 이름이 아니였더라면

한쪼각 싱거운 입김에 불과했겠지요

저 호수위에 물주름을 내며

이윽토록 고개를 살래살래 젖는 미풍도

당신의 향기가 아니였더라면

한줄금 답답한

재채기에 머물고말았겠지요

당신이 있어 풍요로운 나는

당신의 빛부신 꽃두덩같은 그 이름과

당신의 이슬비 뒤

무지개처럼 찬연한 그 향기에

산다는 의미를 반추하며 비로소

그 너그러움과 부드러움과

상냥함과 넉넉함과

섬세함과 조용함과

또 나름대로의 끝없는 명상에

심취할 수가 있어요

이윽토록 내가 당신의 이름에

당신의 향기에

내 마음의 쪼르레기를 열고

향연을 열수 있다는 것은

나의 간사함과 나의 어색함과

나의 송구함과 나의 가난함을

조금이나마 여미여볼수 있는

기회라 하지 않을수 없어요

이윽고 저 하늘의 노을이 사위여갈 때

나는 비로소 당신앞에 머리수그린

한 마리 번제양이 될터입니다

당신을 향하는

그 순수를 잃지 않고저 하는

까닭이라겠습니다

가슴가슴에 올올이 맺혀서 넘치는

이 언어들이

당신앞에 엎드린 하나 꽃방석이 될 때

나는 비로소 시름놓고 시름놓고

하늘의 노을과 더불어

사위여가렵니다

사랑하는 님이시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