金寿山的美篇

金寿山

그때 그시대 술자리를 글로 쓴 소설 (폰)입니다 폰 창식이 시물룩히 웃으며 전화번호를 누르자 녀성의 부드러운 목소리가 흘러 나왔다. 《여보세요 .여기는 대외무역 회사 부기실 입니다.》안해의 목소리다. 그는 안해의 목소리를 듣기 좋아하고 전화로 롱담하기도 즐겼다. .그가 시물시물 웃기만하고 대답이 없자 대방에서 이상하다는 어조로 다시말했다.《저—누구신지? 용건이 있으면 말씀하세요.》《음--- 별로 중요한 용건은 아니고 부탁할 일이있어 전화 합니다.》《아이참, 당신은 한가한 모양이네요. 전화를 걸어놓고 인츰 말씀하지 않으면서.》《당신의 아름다운 목소리를 한번 더 듣느라고 그랬소.저— 저녁에 일찍 집에 들어올수 있지?》《무슨 일이 있어요?》《집에 들어서면 알지 않을라구. 다른 활동에 참가하지 말구 꼭 일찍 돌아오. 양. 그럼 전화를 끊겠소.》수화기를 내려 놓고도 그는 제멋에 좋아 웃었다.《과장님이 기쁜일이 있는 모양입니다. 저에게도 알려주어 함께 기쁨을 나눕시다,》《이것은 우리집 사람과 함께하는 기쁨이니 리동무는 향수할 수 없단 말이요. 이후에 우리 함께 할수 있는 기쁨을 마련해주는 걸로 내가 먼저 퇴근하면 안되겠소?》《인젠 퇴근 시간도 다됐는데 안심하고 가보십시요.》 《과장님, 과장님. 전화를 받고 가십시요.》리동무의 다급한 부름소리다. 그는 언짢은기분으로 물었다.《어디에서 온 전화요? 》《녀자 목소리인데 집 아주머니 같습니다.》 안해한테서 걸려온 전화라기에 그는 총총 걸음으로 되돌아 섰다.《나요. 무슨일이요? 약속을 못 지킨다는 것은 아니겠지?》《과장님 누구와 말씀하세요? 나예요. 나. 옥실이.》애교석인 목소리가 귀전을 울렸다.《엉—어 어. 그렇구만 미안하오. 그래 무슨 일이 있어 전화하는 거요? 》얼굴의 웃음이 삽시에 사라 졌다. 《지금 급히 이곳에 와 줄수 있어요?》《저녁에 일이 있어 안되겠는데. 래일이면 안될까?》《래일 만날 일이면 왜 지금 찾겠어요. 급한일이 있으니 꼭 오세요.》《글쎄 저녁에 일이 있어 안된다니깐.》《그러면 사무실에서 기다리세요. 제가 그쪽으로 모시려 가겠어요.》《아니, 아니. 그렇걸 없소. 내가 잠간 들러가지.》그는 신경질적으로 수화기를 놓고 쓴 입을 쩝쩝 다시였다. 《아주머니 한테 무슨 일이라도 생겼습니까?》영문을 모르는 리동무가 근심스레 물었다. 《아, 아니. 별일아니요. 내 먼저가겠소.》그의 얼굴이 돌처럼 굳어졌고 불안에 찬 눈길이 리동무의 얼굴을 스치며 돌아섰다.〈좀만 일찍 자리를 떠났더면 전화를 받지 않았겠는데.〉그는 전화를 받은 자신을 후회했고, 전화 걸어 온 옥실이가 얄미워났다. 일년전 창식은 인물고운 보스가 경영하는 음식점의 음식맛이 별 맛이라면서잡아끄는 친구를 따라 진달래 음식점에 발을 들여 놓았는데 그 후로는 음식맛에 끌려서인지 아니면 옥실의 미모와 뜨거운 열정에 끌려서 였던지 아예 그 집의 단골손님으로 되여 버렸다. 친구들은 이목구비가 단정한 남자와 선녀같은 녀자가 한자리에 앉으니 짝이 맞는다느니 뭐니하면서 술잔을 부딛치게도 하고 목을 껴안고 교배술도 마시게 하였다. 창식은 그 장난이 싫지 않았고 옥실이도 웃음이 살살 넘치는 얼굴을 그의 얼굴에 비벼대며 장난에 잘 맞추어 주었다. 남녀 지간에 일단 감정이 한곬으로 흐르기 시작하면 사태를 수습하기 힘든 것이다. 그들은 끝내 련인이라는 이름을 달고 아교로 붙여 놓은듯 떨어질줄 몰랐다.그러나 시간이 흘러감에 따라 창식은안해한테 죄짓는 감으로 점차 불안속에 허덕이기 시작했다. 그는 사랑하는 안해, 초중을 다니는 아들이 있는 행복한 가정을 위해 모든 심혈을 기울려 시 정부의 과장자리 까지 올라 왔다. 사랑하는 안해, 행복한 가정, 남 부러워하는 사업터, 그의 희망은 꿈꾸는 대로 꽃피여 갔다. 그런데 그는 귀신한테 홀린듯이 안해와 아들에게 미안한 짓을 하였고 그로하여 고민과 번뇌에 깊숙히 빠져들어 갔다.그는 옥실이와 헤여지려고 그를 멀리하려고 시도여도 보았지만 그렇수록 저쪽에서는 치면 칠수록 더 달라붙는 철떡 처럼 가슴에 달라 붙었다. 그는 안해가 알가봐 두려웠고 직장에서 알가봐 겁났으며 모든것을 잃을 것 같아 가슴이 옥죄이 였다. 그렇다고 무작정 그를 떼여버릴수 없었다. 그가 벌써 부터 협박하는 식으로 나오고 있기 때문에….. 오늘은 무슨 일로 찾을가? 하루 빨리 그와의 관계를 정리하여야 겠다고 속다짐 하면서 음식점 앞에서 망서리였다. 자칫하면 들어 갔다가 나오지 못할수도 있고 사람이 많은 곳에서옥실이와 싱갱이질 할수도 없었다. 그는 옥실이를 밖으로 불러 내려는 심산으로 문을 열고 안을 들여다 보았다. 접대원이 그를 알아보고 박과장이 왔다고 알렸다. 안쪽방에서 무릎을 살랑 넘는 하늘색 주름치마에 목을 깊이 파낸 새하얀 짧은 적삼을 받쳐 입은 옥실이가 달려 나왔다. 《들어 오지않고 왜 그러세요?》옥실이가 반기면서 하는 말이다.《급한 일이 있어 당장 돌아가야하니 나를 찾는 용건 부터 빨리 말하오.》《저한테야 무슨 급한 일이 있겠어요? 귀한 손님 몇 분이 오셨는데 자리를 함께하여 달라고 그래요.》《옥실의 귀한 손님인데 내가 왜서 끼워들겠소. 청하려면 다른 사람을 청하오.》창식이 몸을 돌리자 옥실이가 달려와 팔을 잡으며 뽀르퉁해 말했다.《이 시내에서 당신을 내놓고 내가 청할 사람이 어디 있어요? 오늘은 당신의 장래에 도움을 줄만한 사람들이니 잠간이라도 앉았다 가세요. 예.》그는 본능적으로 교태를 부렸다.《이미 다른 사람과 약속이 있기에 정말 안되오.》창식은 말은 그렇게 하였지만 태도는 좀 수그러졌다.《약속이라니. 아까 전화에서 들을라니 어떤 녀자와 약속한것 같던데 그게 누구 예요?》옥실이는 아까 전화로 들을때도 별 다른 생각이 없었는데 창식이 기어코 가려하자 다른 녀자와 약속이 있구나하는 생각에 속이 왈칵 뒤집혀 졌다.《내가 무슨 다른 녀자와 약속이 있겠소. 안해와 약속이지.》《아이참, 안해와는 밤낮 붙어 살면서도 약속을 따로하고, 나는 초하루 보름에 한번 만나자는 것도 안된단 말이예요? 이전에는 청하지 않아도 비우장 좋게 찾아 오더니 지금은 모처럼 청하는 데도 뺑소니 치네요. 인젠 내가 싫증 나겠지만 오늘은 나의 체면을 보아서 꼭 남아야 해요.》그의 말이 점점 날이 섰고 얼굴이 불그락 푸르락 하였다. 창식은 선자리로 돌아 간다는 것이 불가능함을 느꼈고 그의 체면도 보아주어야 겠다는 생각이 들었다.《사실은 집에 급한 일이 있지만 옥실이가 이렇게 성까지 내니 별수 없구만. 내 들어가 인사나하고 돌아 가겠으니 그때면 나를 붇잡지 마오.》속이 내키지 않는 일이지만 그는 얼굴에 웃음까지 담으며 말했다.《그래도 저의 마음을 알아주는 사람은 당신 뿐이네요.》그는 너무 기뻐서 창식의 등을 떠 밀면서 속으로 중얼거렸다.〈흥, 오늘 저녁엔 너를 절대 놓아주지 않을 거다.〉 방에는 이남 이녀가 앉아 있었는데 창식이 들어서자 모두 일어서 반기였다. 옥실이가 득이 양양하여 소개했다.《이분이 내가 말하던 박과장님이신데 서로 인사 하세요.》서로간에 인사가 끝나고 자리에 앉았다. 창식이 둘러보니 남자들은 자기와 비슷한 나이에 점잖아 보이고 틀도 대단하였다. 그중 한 사람은 어느 상급기관에서 사업하는 주임이였고 다른 한 사람은 어느 회사의 경리라는 것이 였다. 마음이 이 좌석에 없다보니 그들의 이름과 직장이 머리속에 자리잡지 않았다. 경리옆에 앉은 녀자는 그 회사의 회계였고 주임옆에 앉은 녀자는 어느 단위를 다닌다고 하였는데 피끗 보아도 부부가 아님은 틀림 없었다.저녁은 옥실이가 낸다면서 분주이 뛰여다니고 있다. 《옥실이가 박과장의 신세가 많다고 하였습니다. 많이 도와 주어 감사합니다.》주임이라는 사람이 인사말 처럼 하였지만 마치 자기 동생이나 친척을 도와주어 하는 인사말 같아서 귀에 거슬렸다. 《무얼 도와 준것이 있다고 그럼니까. 과분한 말씀 입니다.》《옥실이가 남편없이 홀로 음식점을 꾸린다는 말을 듣고 몹시 힘들거라 했는데 박과장이 뒷심이 되여주어 시름 놓았 습니다.》경리라는 사람이 말이다. 〈너희들은 옥실이와 어떻게 되는 인간들이기에 이런말 하는거야.〉 창식은 들을수록 불쾌했다. 오라지 않아 안해가 퇴근하겠는데 어찌한담? 마음 같아서는 당장 뛰쳐 나가고 싶었지만 속수무책일뿐 안타까운 한숨만 나갔다.창식의 열성없는 태도에 잠시 침묵이 흘렀다. 경리가 분위기를 돋구려는 듯이 여럿을 돌아보며 입을 열었다.《하느님이 세상에 남자만 만들고 녀자를 만들지 않았다면 우리 남자들은 고독으로 언녕 죽어 버렸을 것입니다. 안그렇 습니까? 박과장.》《네 옳은 말씀입니다. 녀성이 없다면 사랑이란 말이 색채를 잃을 것이며 인간의 번영도 없을 것입니다.》그는 시뚱해서 말했다.《우리 남자들이 녀자를 좋아하는 것은 녀자는 남자의 갈비뼈로 만들었기에 특별이 아끼는 것도 있겠지만 주요한 것은 녀성들이 정성들여 다듬어 놓은 고운 얼굴과 아름다운 몸매를 찬양하여 주기 위해서입니다. 만약 남자들의 뜨거운 눈길과 태산이 무너지듯한 정욕이 녀자의 몸에미치지 않는다면 녀자들은 아름다움을 잃고 고독에 못이겨 자살하고 말것 입니다.》 경리가 옆에 앉은 녀인을 보고 웃으면서 하는 말이다.《그건 당치않는 말씀이예요. 녀자가 아름다움을 가꾸는 것이남자들게 잘 보기기 위해서가 아니라 사회를 아름답게 꾸리고행복을 만들기 위해서 예요. 나는 남자 없이도 잘 살수 있지만 장경리는 신변에 녀자가 없다면 한 달도 넘기지 못할 것 같은데요. 호 호 호….》녀인이 손으로 입을 막으며 실눈을 하여가지고 웃었다.경리가 손을 들어 때리려 들자 그 녀가 옆에 앉은 창식의 등 뒤로 몸을 피하는 통에 창식은 엉겁결에 손을 뻗혀 그녀의 몸을 받았다가 마치 불덩이에 손이 닿은듯 후닥닥 그녀를 밀쳐 버렸다. 그의 행동에 모든 사람이 폭소를 일으켰다. 주임이 웃음속에서 말했다. 《남녀가 함께 살아가면서 누가 누구에게 의지하여 살아 간다고 긍정하여 말할수 없지만 인생을 살아 가는 것을 보면 나이가 많아 짐에 따라 호상 흡인하는 방식이 다른 것이요.20대의 녀자는 어두운 밤에 활활 타오르는 모닥불 처럼 남자의 마음도 몸도 뜨겁게 하면 남자는 불나비처럼 일체를 다바쳐 불속에 뛰여들려하고 .《30대의 녀자는 한 단지 꿀과 같아 달콤하고 감찰한 맛으로 남자를 유혹하고, 남자는 미련한 곰과 같아 단지속에 넣은 머리를 뽑아 낼줄 모르지요. 40대 녀자는 향긋한 술과 같아 흥분도시키고 은이 박히게 하면서 남자를 매혹하고, 남자는 미친 승냥이 마냥 세상만사 다 버리고 방황하는거요. 50대 녀자는 따스한 품을 가진 암닭같이 부드러운 소리로 남자를 불러들이고 남자는 병아리 마냥 그 품 속에서 영영 기여 나지 못하는 것이요.》회계라는 여자가 대뜸 말을 받았다 《그것보세요. 결국에는 남자가 녀자를 떠나서는 살수 없지 않나요.》《그러나 이 자리를 보면 녀자들이 남자를 따라 이자리까지 오지 않았소?》《장경리 말이 틀리네요. 이 자리엔 녀자를 따라 온 사람도 있으니 역시 남자가 녀자를 쫓아 다니는 것이지요.》회계라는 녀자가 창식한테 눈 웃음을 보내면서 하는 말이다.창식은 모닥불을 뒤집어 쓴 것 처럼 큰 모욕을 당하는 것을 느꼈다. 그는 원래 우스개도 잘하고 롱정도 잘 받아들이는 소탈한 사람이 었지만안해한테 가지못해 기분이 잡치고 모욕까지 당하는 기분이여서 신경질적인 말로 그녀 한테 반격을 가했다. 《남자가 녀자를 따라 다니는 것은 잠시적 형상으로서 녀자한테 얹혀 살려고하는 것이 아니라 녀자를 독점하기 위해서 입니다.여자는 혼자살수 없기에 남자한테 시집가 얹혀살면서도 그것도 부족하여 이렇게 다른 남자를 따라 다니지 않습니까.》창식의 가시돋힌 말에 그녀의 웃음이 가뭇 살아지고 구원을 청하는 눈길이 경리의 얼굴에서 파드닥 거렸다. 경리가 입을 열었다. 《안해는 잠자리에서 너 할대로 하라는 심정으로 남편한테 몸을 맏기고 생각은 가정일에 몰두하고, 돈 받는 아가씨는 입으로는 숨 넘어가는 교성을 지르지만 감정 없이 돈만 넣어주기를 기다리는 것이고, 내연녀는 가슴을 파고들며 온갓 기교를 다하여 남자 한테서 큰 욕심을 채우려 하지요 정을 중이 여기는 녀자는 결혼생활이 오래짐에 따라 모든 감정을 가정과 자식한테 쏟지만 성생활은 단순이 남편에게 하는 의무로만 생각합니다.그러나 성을 중이 여기는 남자들은 새로운 쾌감을 찾아 방황하면서도 가정에 대한 감정이 발목을 잡아 주기에 가슴을 앓게 됩니다. 안 그렇습니까 박과장.》장경리가 자기 마음을 꿰뚫거 보고 비꼬는 듯이 말하는 통에 창식은 다시 한번 불쾌감을 느끼면서 막 입을 열어 반격하려는데 주임 옆에 녀자가 먼저 입을 열었다.《장경리의 말대로 하면 남자들이 외도는 안해가 성생활에 잘 배합하여 주지 않아서인 것 처럼 말하는데 그것은 남자들이 자기 잘못을 녀자에게 억지로 뒤집어 쒸우고 외도를 합리화 하기위한 궤변인 것이지요.남자의 량심이 개 량심이라는 것은 세계적으로 공인하는 것이예요. 예를 들면 남자가 아내를 볼때는 확대경을 걸고 보고, 동네집 녀인을 볼때는 변색안경을 건다는 것이지요.》 그가 말을 멈추자 경리 옆 녀자가 동감이라는 뜻으로 말을 받았다. 　　《 그뿐만 아니예요. 안해가 가정일에 지쳐 쓰러져도 어떤 남편은 거들 어 줄 줄도 모르고 가슴도 아파하지 않지만, 점찍어 놓은 녀자 한테는 온갓 충성을 다하며 발바닥 까지 핱아 준다네요. 또 어떤 남자는 안해 가 값 싼 화장품을 사는 돈도 아까와 하지만 배동 아가씨의 가슴띠 안에 몇백원의 돈을 넣어 주면서도 좋다고 너털 웃음까지 웃는 대요. 또 세상에 망나니 남편이 있는데 그들은 아내와 성 생활을 하면서도 고운 녀자를 생각해야만 사정한다 하고요, 아내한테는 주먹과 발길질을 선물하지만 내한녀 한테는 양옥도 승용차도 선물 한대요. 이런것은 인간의 참된 정을 잃고 개 량심에 승냥이 심보로 바꾸었기 때문이지요. 이상한 것은 안해한테는 인간성을 잃은 남자들이 다른 녀자에게는 다정다감하고 소중한 사람이 되는것인데 이것이 인간의 량면성이라 할가요? 아니면 안해와의 감정위기에서 해탈되여 행복을 찾았다고 할까요?.경험 많은 남성분들이 대답하여 보십시요.》그녀가 남자들을 둘러 보았지만 그누구도 입을 열지 않고 담배 연기만 길게 뿜고 있었다 창식은 미묘한 감을 느꼈다. 모든 사람들이 심연 속에서 허덕이여 침묵이 흐른다 옥실이 맑은 목소리가 무거운 침묵을 깨뜨렸다. 《아이구 저녁이 늦어서 미안해요. 이야기를 하지않고 담배만 피우는 것을 보니 몹시 배고픈 모양이네요. 자—빨리 자리를 정돈하세요.》모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술상이 보기좋게 차려지고 옥실이도 창식의 곁에 바싹 붙어 앉았다.옥실이가 감사의 인사말을 하고 술잔이 순번대로 돌기 시작했다. 첫 술잔은 번번이 창식한테로 오고 저마다 창식을 떠 받드는 말을 하였다. 술 여섯잔을 배속에 쏟아넣자 창식이 여럿을 돌아보며 말했다.《오늘 여러분을 만나서 대단히 기쁨니다.마음 같아서는 좌석이 끝날 때까지 함께하고 싶지만 집에 급한 일이 있기에 실례해야 겠습니다. 여러분게 사과의 술을 부어드리니 받아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박과장이 여섯잔에 술을 붓는 동안 누구도 말 없었는데 술잔을 들자 술기운이 오른 주임이란 사람이 거칠게 말했다.《어이, 옥실이 우리가 이 술잔을 받아도 되는거요.박과장이 가면 옥실이가 짝이 떨어지지 않는가?》불깃불깃한 얼굴들이 옥실이 한테로 돌려졌다. 독이 오른 고추처럼 붉어진 얼굴을 한 옥실이가 벌 쏘듯이 쏘아 댔다.《우리 과장님이 부인님과 면회하려고 이미 예약했나 봐요. 과장님이사 소중한 부인님의 감정을 손톱만치라도 상할가 두려워 하지만 나같은 인간의 심정이사 헌 걸레같이나 생각하겠어요?》창식이 무어라 대답할 말을 찾지 못하자《부인님과 면회한다면 지금 너무 일찍한것 같은데 옥실이를 보아서라도 술좌석이 끝난 후 돌아가면 좋지 않겠습니까.》《저 기실은 우리 부부가 함께 가 볼곳이 있어 그럽니다.》 창식은 거짓말을 했다. 《사정이 정 그렇다면 어찌 만류하겠습니까. 그런데 옥실이가 불쌍하구만요.》경리옆 녀자의 말이다.《내가 박과장의 집 전화를 내가 알고 있으니 과장님을 대신하여 청가를 맡겠어요.》성난 옥실이가 씨근거리면서 전화가 있는 복무대로 가려는데 주임이라는 자가 《옥실이 복무대까지 갈 필요없소 내가 핸드폰을 장만했으니 이걸로 전화하오》 그는 자기한테 핸드폰이 있는 것을 자랑하며 의기양양하여 핸드폰을 내 놓았다 옥실이가 핸드폰을 받아 전화하려하자 《옥실이 이건 너무 무레하지 않소?》 창식의 열기찬 말이다.《술좌석이 끝나기 전에 가려는 사람이 무레하지 내가 무레한가요?》《그러니까 내가 여러분게 사과의 술을 붓지않소.》《술 한잔으로 짓밟아 놓은 나의 체면을 다시 세울수 있고, 나의 괴로움과 서러움을 달랠수가 있는가요? 당신은 너무 리기적이예요. 이전에 술좌석이 끝났는데도 집에 갈 궁리는 하지않고 나와 치근닥 거릴때 나는 당신의 심정을 리해하여 끝까지 받아 주었어요. 그런데 오늘 나의 저그마한 요구도 들어 줄수 없단 말이예요? 오늘은 이 술좌석이 끝나기 전에는 집에 못가요. 내가 부인한테서 꼭 청가 받고야 말겠어요.》그가 전화번호를 누르기 시작했다. 창식은 이 자리를 떠날수 없음을 느꼈다.《됐소. 됐소. 내가 가지 않으면 되지 않소.》그는 집으로 가고 싶은 마음이 불붙듯 하였지만 별수 없이 옥실이 손에 있는 핸드폰을 받아쥐고 집 전화번호를 눌렀다. 저쪽에서 안해의 맑은 목소리가 울렸다.《여보, 나요. 갑자기 손님 접대에 참가해야기에 아까 약속을 취소하오. 나를 기다리지 말고 저녁을 먹소.》《술을 적게 마시고 일찍 돌아오세요.》안해의 근심에 찬 부탁이다.《양, 알았소.》안해한테 허락을 받았으나 마음이 열려지지 않고마치 더러운 공공변소에 앉아 일보듯이 숨막힐 지경이다. 오늘은 안해와 결혼 20주년 되는 날이다. 해마다 안해의 생일은 축하하여 주었지만 결혼기념일에 대해서는 생각조차 하지 않았다. 그런데 안해한테 미안 한 짓을 한다는 생각이 들면서 부터 그 성스럽던 날에 행복했던 일들이 다시금 떠오르게 되였다.하여 이 날을 손꼽아 오면서 안해에게 뜻밖의 기쁨을 선물하고 속죄하려 했는데 이렇게 붇잡이여 죽탕을 만들리라고는 생각도 못했다. 옥실이가 미웠고 안해생각이 더욱 간절했다. 안해는 지금 무얼하고 있을까. 오늘이 결혼 20주년 임을 알고나 있을가? 자기가 그렇게 사랑하는 남편이 다른 녀자와 살을 섞으며 살고있고 그 녀자한테 잡혀 집도 갈 수 없다는 것을 안다면 기절하지 않을가? 여보 미안하오. 내 당신의 신변으로 일찍가겠소.술잔이 그의 코밑에 왔다. 이제 부터는 쌍쌍이 붓는 술이다. 옥실이와 창식이도 련인이되어 네 사람한테 술를 부었다. 술좌석이 무르익어 갔다.남자들은 제 자랑을 늘여놓고 녀자들은 교태를 부리기 시작했다. 오늘따라 옥실이가 애교 피우며 말도 많이 하였지만 마음이 안해한테 있는 창식의 귀속에 들어오지 못하고 신경질만 커갔다. 경리가 노래방은 자기가 한다면서 일어섰다.창식은 인사하고 집에가려 했으나 짝이 없는 녀자가 어떻게 노래방에 가느냐 하면서 잡는 옥실의 성화를 못이겨 노래방에 발을 들여놓지 않을수 없었다. 쌍쌍이 노래 부르고 그 노래에 맞추어 춤추기 시작했다. 몸에 착 달라 붙는 옥실의 허리를 껴안고 둬 곡 춤추느라니 창식은 그녀에 대한 미움이 사라지도 가슴이 뜨거워 힘주어 껴안고 흥겹게 돌아 갔다. 그녀의 허벅다리가 창식의 사타구니를 비벼대자 다리사이에 그 무엇이 무섭게 머리를 쳐들었고 손은 어느새 몽실몽실한 젖무덤 우에서 춤추기 시작했다. 옥실이는 거칠은 숨을 톱으며 창식한테 몸을 실었다. 노래방에서 땀투성이 된 그들의 일행이 밖으로 나오자 주임이 사우나방으로 가자고 창식을 청했지만 인젠 집으로 간다고 딱 잡아뗐다. 옥실이가 그들더러 먼저 앞서라 하고는 창식에게 애원하듯 말했다. 《사우나하려 가지 않으려면 저의 집으로 가요. 집이 비였어 요.》《이 팔을 놓소. 사람들이 보면 어쩔라구 이러오.》창식은 그한테서 팔을 빼면서 퉁명스레 말했다. 그의 거동에 성이 잔뜩난 옥실이가 매서운 눈으로 쏘아보면서 씨근거린다. 창식이 그녀의 매서운 눈길에 주눅이 들어 말했다.《인젠 9시가 넘었으니 빨리 집에 가야하오.》《어째, 인젠 제가 싫증났나요?》《아니, 그건 아니구. 집에 일이 있다고 하지 않았소.》《지금 이 시각에 잠자는 일 외 다른 일이란 무어예요? 당신은 집에가면 안해와 함께 잘수 있지만 방금까지도 저의 감정을 흥분시켜 놓고는 헌신짝 주어 뿌리듯 내동댕이치고 가면 저는 어떻게 해요.》《이거 정말 미안하오. 오늘 저녁에는 꼭 집에 가야하니 래일 밤에 옥실이를 보는 것으로하고 옥실이도 빨리 음식점에 가보오.》 말을 마친 그는 집을 향해 성큼성큼 걸었다. 버림 받는 느낌을 받은 옥실이는 가슴속에서 울분이 왈칵 치밀어 올라 신경질적으로 악을 썼다.《당신이 정말 이럴내기야? 나를 버리려면 이 자리에서 말을 똑똑히하고 사라져라. 그렇지 않으면 절대 가만두지 않을거야.》 옥실이 앙칼진 고함소리가 비수마냥 창식의 등에 박히였다.창식이 걸음을 멈추고 몸을 돌리니 그 녀가 노한암사자 마냥 달려와 그의 앞에 벝이고 섰다.《당신이 량심이 있어요? 당신이 달콤한 말로 나 만을 사랑한다고 하늘에 맹세하면서 나의 치마밑에 기여든때가 일년도 안되니 싫증났다는 거겠죠. 그래 내가 당신한테 무어예요? 애인 인가요? 매춘부인가요? 아니면 노리개감 인가요?》그는 끓어 오르는 격분을 참을 수 없어 고래고래 소리 질렀다. 창식은 사람들이 들을가 더럭겁나 다급히 말했다.《왜서 길에서 이 야단이오 .세상 사람이 모두 알아야 직성이 풀리겠소?》《그래 옳아요. 세상 사람도 당신 부인도 모두 알게 할거요.》그의 목소리는 더욱 높았다. 창식은 겁나서 그를 끌고 조용한 골목으로 들어갔다. 《옥실이 오늘 왜 이러는거요. 인젠 나의 체면도 보아 주지 않겠다는 거요.》창식이 그녀를 어두운 벽에 밀어 붙히면서 거칠은 목리로 말했다.《뭐 체면을 보아 달라구? 흥, 정말 우끼네. 도적놈끼리도 체면을 보아준다는데 당신이 오늘 나의 체면을 보아 주었어요? 술좌석에서 기분을 좀 돋구어주고 좋은 기분으로 마지막 까지 참가여 주면 어때요? 집에 갈 생각만하고 나의 기분, 나의 심정에 대해서는 전혀 모르는체하니 저 사람들이 내가 당신한테 억지로 달라 붙어 산다고 하지 않겠어요? 나는 당신이 이렇게 빨리 마음이 변하리라고는 생각도 못했어요.》그는 너무도 억울하여 어깨를 들먹이며 울음을 터뜨렸다. 그의 애처러운 울음소리가 어두운 밤하늘을 찢어 놓는다. 창식의 마음이 쓰리였고 너무 지나쳤다는 생각이들어 그의 어깨를 잡고 다정스레 말했다. 《하- 이거 정말 성났네. 오늘 정말 특수사정이 있어서 이렇게 된거지 옥실이가 싫어서가 아니요. 이렇게 이쁜 옥실이를 내가 미워할 리유가 없지.》창식이 옥실이를 자기 품에 끌어 당기자 그는 종주먹으로 창식의 넓은 가슴을 탕탕 쥐여 박고는 그의 가슴에 쓸어지다 싶이 안기였다.옥실이는 기뻣다. 그의 가슴에 안기는 것이 기뻣고, 또다시 그를 정복한 것이 기뻣고, 자기를 이뻐한다는 말에 가슴이 후더워 났다. 창식은 옥실이 등을 쓰다듬으며 하늘을 쳐다 보았다.별들이 깜빡이고 있다. 졸음을 참으며 자기를 기다리는 아내의 깜빡이는 눈이 저—별들 속에서 나타났다. 하나 둘 …… 아니 온 하늘에는 아내의 깜빡이는 눈으로 가득찼다.안해가 자기를 지켜보면서 다정스럽게 자기를 부르는 듯하다.안해한테 미안한 감이 가슴깊이 파고 들었고 안해한테 가려는 생각이 불쑥 치달아 올랐다. 그는 조심스레 옥실이를 밀치였다. 그러자 그녀는 더욱 힘주어 끌어 안으며 억울함을 토했다. 《당신이 가정을 중이 여기고 있기에 우리 두 사람이 합법적으로 살 수 없음을 알고 있었지만 나는 모든 것을 고스란이 바쳤어요. 내가 당신과 살을 섞으며 살게된 것이 당신이 나에게 억지로주는 선물 때문이 아니라 진정으로 당신을 사랑하였기 때문이예요. 때문에 당신한테서 돈을 요구하거나 물건을 사달라고 청을 든 적이 없었으며 지나친 요구도 하지 않았어요. 나는 가끔씩 만나는 이 생활에서 만족을 느꼈고 당신이 다정다감한 마음을 사랑하게 되었어요. 그런데 당신은 나를 부담으로 여기고 점점 멀리 하기 시작했고 밝은 얼굴로 나를 대해주지 않고있어요. 왜서인가요? 정말 내가 싫증났어요? 남자의 량심이 개량심 이라는데 당신도 그래요?》옥실이는 말할수록 서롭고 분하여 또다시 울음을 터뜨렸다. 창식은 안달아 났다. 그는 홀로사는 그 녀의 마음고생을 모르는 것이 아니고, 아내보다 더 살뜰히 생각해주는 그 녀의 진심을 몰라서가 아니였다. 만약 몇 번의 성 생활로 끝날수 있고 얼마만의 돈으로 마음을 정리할수 있었다면 지금 이렇듯 안달아 나지 않을 것이다.그 무엇으로도 정을 끊을 수 없다.지금 옥실이가 자기를 더 잘 대해 줄수록 모순의 심연속에 더욱 깊이 빠져들어가 질식할 지경이고, 그 심연속에서 나오려고 허우적거릴 수록 그녀는 더욱 이악스레 끌어안고 있다. 막급한 후회가 파도 처럼 밀려들지만 지금은 막무가내이다. 흐느끼고 있는 옥실이를 품에서 떼여버릴 수 없다. 그는 다시 옥실이를 껴안으며 다정스레 말했다.《기실은 내가 마음이 변해서가 아니라 만약 우리 두 사람의 일이 공개되는 때에는 모든 것이 끝장나기 때문이요. 나는 옥실 이도 안해도 그 어느쪽도 버리고 싶지 않지만 사회여론이 겁나고 량심의 가책으로 가슴이 아프단 말이요. 옥실이가 나의 마음을 리해하여 주었으면 고맙겠소.자, 인젠 밤도 많이 깊었으니 집으로 가는 것이 어떻소? 내가 집까지 바래다 줄께.》옥실이를 이 자리에 홀로두고 갈수없는 사정이기에집까지 바래주고 가려했다. 옥실이는 집까지 바래준다는 말에 울음을 그치고 그의 팔을 껴안고 어깨 나란히 걸었다. 그들의 모습이 남들 보기에는 다정한 부부 처럼 보였지만두 사람의 생각은 달랐다. 옥실이는 어떻게하면 그를 집에 눌러 두겠는가를, 창식은 무슨말로 옥실이를 달래놓고 떠날것인가를.옥실이네 집 앞에서 결과는 창식이가 그 녀의 포로병이 되었고,뜨거운 정사를 치르고서야 석방되여 나올수 있었다. 그의 발걸음이 무거웠다. 아내한테 죄지은 감으로 가슴이 옥죄였고 옥실이와 살섞은 그 쾌감도 떨어 버릴수 없었다. 아내한테 무어라 거짓말을 할까?......그는 그어떤 거짓말도 생각지 못한채로 아내의 침대가에 다가섰다. 잠들었던 아내가 살풋이 눈을 떴다. 그는 너무도 당황하여 가슴이 쿵쿵 방아찧는다. 그는 침대가에 앉아 아내의 손을 잡고 떨리는 소리로 말했다.《미안하오, 정말 미안하오. 오늘은 꼭 일찍 돌아오려 했는데…..》그는 미안하다는 말외 다른 말은 할수 없었다.《손님 접대를 하여야 했다니 미안할것 없어요. 그런데 나더러 일찍 집에 돌아 오라는 이유는 무어예요?》아내가 잠자리에서 일어나앉으며 다정스레 물었다. 《기실, 기실 오늘은 우리의 결혼기념일이요.당신과 함께 백화에 가서 당신에게 선물도 사주고 ----- 함께 식사하면서 경축하려 했는데….. 그밉살스러운 손님이 오는통에 모두 파탄되였소. 내 원, 속상해서.…》그는 너무도 곤혹스러워 아내의 눈길을 피하며 김빠진 소리를 하였다.《당신이 우리 결혼일을 잊지않은 것 만으로도저는 만족이 예요. 나는 당신의 전화를 받고서야오늘이 우리 결혼일이 임을 짐작할수 있었어요. 당신한테 기념품을 마련했는데 마음에 들겠는지모르겠어요.》그는 얼굴에 행복한 웃음을 담고 곱게 포장한 종이함을그의 앞에 내 놓았다. 그는 아내의 안팎없는 사랑에 목이 메였고 방금 저지르고 온 일로하여 끝없는 참회가 밀려들었다. 아내한테 모든것을 털어놓고 양해를 구하고 싶었지만 그 자체가 아내에게 너무도 잔혹한 일 같아서 입이 떨어지지 않았다. 그는 울고 싶었다. 아내의 품에서 목놓아 울어야 만이 속죄할 수 있고 가슴도 열릴것 같다.그는 착찹한 감정에 어린 눈길로 아내를 보며 조심스레 종이함을 열었다. 순간, 깜짝 놀라는 그의 눈이 휘둥그래 졌고 그 속에서 기쁨이 분수처럼 솟아났다. 세상에 이렇게 귀중한 물건을 선물로 주다니. 내가 얼마나 가지고 싶었던 핸드폰인가 그는 격동의 심정으로 아내를 보았다. 그의 얼굴에 배꽃같이 깨끗한 웃음이 방실방실 피여나고 있었다. 그는 아내를 와락 끌어 안았다. 사랑과 죄, 기쁨과 설음, 행복감과 수치감, 모든 것이 쇠갈구리 마냥 가슴을 파고들어 그는 안해의 동그란 어깨우에 뜨거운 눈물을 쏟아 놓고야 말았다. 김수산 　　마지막까지 열람 하여주신 여러분들게 충심으로 감사드립니다 김수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