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 람보석</b></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평소 말수가 적고 </p><p class="ql-block">일만 하시는 아버지 </p><p class="ql-block">가정이란 산을 짊어지고 </p><p class="ql-block">수많은 산에 발자국 남기신 아버지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버지의 담배는 슬픔을 마시고 </p><p class="ql-block">아버지의 술잔은 눈물을 마시고 </p><p class="ql-block">아버지의 음식은 먹다남은 뼈다구 </p><p class="ql-block">독한 찬랭기 스며드는 구석에 </p><p class="ql-block">누워쉰다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뼛속까지 시린 겨울 </p><p class="ql-block">극에 달한 계절도 굴복시킨 아버지 </p><p class="ql-block">가시검불같은 손 </p><p class="ql-block">터덕터덕한 수염</p><p class="ql-block">일만 하시다 끝나서 돌아오면</p><p class="ql-block">달콤한 단잠에 빠진 나에게 </p><p class="ql-block">뽀뽀하는 아버지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이젠 나의 나이가 </p><p class="ql-block">아버지의 나이가 될때 </p><p class="ql-block">참된 아버지의 사랑을 </p><p class="ql-block">조금은 알것같다 </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의 등/ 하창호</b></p><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 </b></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버지의 등에서는</p><p class="ql-block">늘 땀 냄새가 났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내가 아플 때도</p><p class="ql-block">할머니가 돌아가셨을 때도</p><p class="ql-block">어머니는 눈물을 흘렸지만</p><p class="ql-block">아버지는 울지 않고</p><p class="ql-block">등에서 땀 냄새만 났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는 이제야 알았다</p><p class="ql-block">힘들고 슬픈 일이 있어도</p><p class="ql-block">아버지는 속으로 운다는 것을</p><p class="ql-block">그 속울음이</p><p class="ql-block">아버지의 등의 땀인 것을</p><p class="ql-block">땀 냄새가 속울음인 것을</p> <p class="ql-block"><b style="font-size:20px;">아버지의 나이/ 정승호</b></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나는 이제 나무에 기댈 줄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나무에 기대어 흐느껴 울 줄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나무의 그림자 속으로 천천히 걸어들어가</p><p class="ql-block">나무의 그림자가 될 줄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아버지가 왜 나무 그늘을 찾아</p><p class="ql-block">지게를 내려놓고 물끄러미</p><p class="ql-block">나를 쳐다보았는지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나는 이제 </p><p class="ql-block">강물을 따라 흐를 줄도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강물을 따라 흘러가다가</p><p class="ql-block">절벽을 휘감아돌 때가</p><p class="ql-block">가장 찬란하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p><p class="ql-block">해질 무렵</p><p class="ql-block">아버지가 왜 강가에 지게를 내려놓고</p><p class="ql-block">종아리를 씻고 돌아와</p><p class="ql-block">내 이름을 한번씩 불러보셨는지 </p><p class="ql-block">알게 되었다</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