老顽童的美篇나팔꽃

老顽童

<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2px;"> 나 팔 꽃</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22px;">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우리는 이 세상을 살아가면서 수많은 만남 가운데서 많은 것들은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기억 속에서 차츰 사라져가지만 어떤 만남은 너무나 소중하여 평생 잊혀지지 않고 달콤한 추억으로 남기도 한다.더우기 신비와 경이를 자아내는 동년시절의 만남은 더더욱 그런 것 같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내가 갓 소학교에 입학하였을 때였다.어느 한 여름날의 이른아침,여느때와 같이 단잠에 빠져있는데 어디선가 새들의 자지러진 지저귐소리가 들려왔다.아직 잠이 덜 깨서 짜증이 났지만 그런대로 잠자리에서 일어나 눈을 비비며 새소리가 나는 굴뚝 모퉁이로 살금살금 다가가보았다.불그스레한 바탕에 노란색 무늬가 돋은 한쌍의 새가 꽁지를 달싹이면서 울바자 여기저기로 가볍게 옮아가며 고운 목청을 자랑하듯 신나게 지저귀고 있었다. 참 예쁘게 생긴 새(후에 마을 사람들한테서 상사조"相思鸟"라고 들었음)였다.새가 하도 예뻐서였을가,그 새들을 보고있노라니 언짢았던 기분도 금세 좋아졌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너희들이 나를 단잠에서 깨워주었구나."하고 혼자 중얼거리고 있는 사이에 포르릉 하는 소리와 함께 상사조는 어디론가 날아가버리는 것이였다.아쉬운 마음으로 돌아서는데 홀연 굴뚝 옆에 있는 터전에 활짝 피여난 나팔꽃이 눈에 안겨왔다.너무도 황홀한 풍경이였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활짝 핀 나팔꽃은 나를 보고 웃으며 인사를 건네는 둣했다.참 기분 좋은 아침이였다.예쁜 상사조의 지저귐소리 도 좋았지만 활짝 피여난 나팔꽃이 너무나 매혹적이였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그 이튿날부터 아침이면 나는 학교로 가기 전에 일부러 굴뚝가로 슬그머니 가보군 했다.나팔꽃은"안녕?"하고 깍듯이 인사를 건네는듯 활짝 피여있었고 그윽한 향기까지 풍기고 있었다.나의 아침은 그렇게 활짝 핀 나팔꽃을 보면서 기분 좋게 시작되군 했다.헌데 안타깝게도 상사조의 청아한 노래소리가 다시는 들려오지 않았다.주위를 아무리 살펴보아도 상사조의 모습은 전혀 찾아볼 수 없었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고운 상사조는 다 어디로 날아갔을가?...'</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어느 날 오후,하학하고 학교에서 돌아온 나는 은근한 호기심을 품고 나팔꽃을 보러 갔다.헌데 이게 웬 일인가?몇시간 사이에 나팔꽃은 이미 다 지고 거의 시들어가고 있었다.씁쓸한 기분이 갈마드는 순간이였다.아침까지 웃는 얼굴로 나를 반겨주던 나팔꽃이였는데...</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풀이 싹 죽은 나는 락태한 고양이상이 되여 집으로 들어가서 이불을 뒤집어썼다.실망이 너무도 컸다.그 다음날 아침부터는 아예 나팔꽃이 있는 그 곳으로 발길을 돌리지도 않고 학교로 뛰여갔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그렇게 평범한 하루하루가 물 흐르듯이 흘러갔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어느 일요일날 아침이였다.그 날 학교로 가지 않고 집에서 게으름을 피우려 했는데 어머니가 심부름 시키는 것이였다.굴뚝 옆의 터전에서 상추를 뜯어오라 해서 그 곳으로 갔더니 아,이게 웬 일인가!시들었던 나팔꽃이 활짝 피여있지 않는가!그 황홀경에 나는 어안이 벙벙해지고 말았다.이제 더는 활짝 핀 나팔꽃 모습을 볼 수 없을 것이라고 생각하고 있었는데 ...세상은 참 요지경이였다.어린 나로서는 리해할 수 없었다 .나는 마치 신대륙을 발견한 듯한 기분이 들어 상추를 뜯어오라는 어머니의 심부름도 싹 잊고 집으로 달려들어가며 소리쳤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 엄마,엄마,나팔꽃이 피였어요!며칠전에 시들었어버렸던 나팔꽃이 또다시 피였어요!"</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에그,넌 그것도 몰랐었구나.그 나팔꽃은 아침에 피였다가 정오부터는 시들어버린단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 아,그렇구나!"</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그랬다.나팔꽃은 아침에 피였다가 정오가 될 무렵부터는 꽃이 진다는 것을 그 때까지 나는 감감 모르고 있었던 것이다.후에 어느 책에서 보았는데 나팔꽃이 아침에 핀다고 해서 일본에서는 나팔꽃을 "아침얼굴"이라고 부르기도 한다는 것도 알게되였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그 날 나는 무슨 일이나 겉모습만 보고 쉽게 단념하거나 포기해서는 안되다는 리치를 깨달은 같았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내가 살던 우리 시골에서는 이른 봄부터 늦가을까지 아무 곳에서나 꽃을 만날 수가 있었다.하지만 우리 집 굴뚝 옆에서,그것도 그 날 상사조라는 새의 유혹으로 인연을 맺게 된 그 나팔꽃은 영원히 잊혀지지 않는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나와 나팔꽃과의 만남은 그렇게 계속 이어지다가 가을날의 어느 하루아침에 무서리가 내린 탓으로 아쉽게 끝나고 말았다.이제는 나팔꽃의 줄기마저 생기를 잃고 아주 시들어가고 있었던 것이다.너무나도 씁쓸한 풍경이였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그 때 나는 딱친구를 잃은 것 같은 허전함과 괴로움으로 한동안 풀이 싹 죽어 다녔었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이른 아침에 만나서 서로 친절하게 인사를 나누며 문안을 전할 때의 심경이 어떠한지를 나팔꽃과의 만남을 통하여 어렴풋이 알게된 것같았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나팔꽃과의 우연한 만남은 내가 꽃을 보다 사랑하게 된 계기로 된같다.그래서 지금 고래희를 앞둔 이 나이에도 꽃 앞에 서면 옷매무시를 단정히 하게되고 길가에 피여난 꽃에도 유심히 눈길을 주게는 것이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오라지 않아 또 꽃이 피는 봄이 온다.이제 내 인생에 꽃이 피는 계절을 얼마나 맞고 바랠 수 있을가만 생이 다 하는 그 날까지 꽃을 사랑하며 살아갈 것이다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이 세상에는 꽃들이 많고많지만 내 동년의 가슴에 피여난 나팔꽃을 나는 제일 사랑한다.</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span></p><p class="ql-block"><span style="font-size:18px;"> 이 글은 청년생활 제7기에 실림.</span></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