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3 style="text-align: right;">글:미수</h3>         오늘도 부닥쳤다. 9시넘어 주차장으로 가는 길에서 아파트단지내에 자리잡고 있는 미끄럼틀 옆에 벤치에 느긋하게 앉아있는 그와…연수는 이제 이런 만남이 너무 익숙하다. 연수는 그 만남의 빈번함에 초반의 우연함에서 중반의 두려움을 거쳐 이제 친근감으로 느껴져 고갯인사라도 해야 되나하는 충동 및 착각이 들 정도이다. 심지어 가까이 다가가서 어떤 직종의 일을 하고 있기에 이 시간에 이렇게 느긋하게 햇볕쪼임을 하고 있을가? 고 의문도 생긴다. 설마 연수와 같은 팬굴리는  아마추어 작가일가 ?  아니면 창작을 기반으로 하는 프리랜서인가 ? 혹은, 설마 백수인가 ? 오늘도 그 궁금증은 쉬이 가셔지지 않는다.           연수가  이 이웃을 인식하게 된지는 거의 반년이 되어간다.초반에는 연수와 어렷을적부터 함께 살아온 엄마의 막둥이 동생 외삼촌이랑 너무 비슷한 얼추임새에서 머릿속에 깊은 인상을 남긴것으로 기억된다.대련이라는 산재지역에, 거주하고 있는 아파트가 조선족 이웃이 거의 없는 동네이다보니 외삼촌을 닮은 조선족 특징의 얼굴과 머리스타일은 처음부터 꽤 인상적이였다. 초반에는 유의를 해서 더 자주 보이나 ?자기만의 착각이겠지 했는데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될만큼의 빈번한 우회찻수에 이 사람 뭐지 ? 의 의구심이  들 정도였다.            연수는 업무상 북미 및 유럽에 있는 동료들과 자주 늦은 새벽까지 미팅을 하다보니 아침 출근시간이 고정되지 않고 보통 9시에서 10시사이에서 들쑥날쑥이다. 그리고 연수가 살고 있는 아파트 건물 지하주차장이 인방공사이다보니 매매불가라 앞 건물에 있는 지하주차장을 이용하다보니 매일 50m정도의 아파트내 도보길을 걷게 되어있다. 그런데 출근시간이 들쑥날쑥인 상황에서 고작 50m의 도보길에 매주 5회 출근에서  3-4회 마주치는건 진짜 확율적으로 아이러니 할만큼의 신비감을 준다.특히 가끔 저녁에 회식 혹은 기타 용건으로 늦은 시간에 귀가할때도 한두번 만난적 있다. 소름이 끼칠정도인것이다. 지나친 우연에서 오는 두려움에 연수는 한동안 주차장 엘리베이터에서 혼자 대기하거나, 넓게 빠진 지하  주차장에서 혼자 거닐때는 자기 발자국소리에 놀라서도 달음박질 치기가 일쑤였다.이 사람 혹시 가끔 영화에서 나오는  그런 사이코패스가 아닐가 ? 현실 생활에서 보도되는 허다한 부녀유괴 뉴스들을 보면서 저도 몰래 더욱 몸이 움츠러들었다.           아파트단지 매 단원출입구에 ,길어구에 , 놀이공원 곳곳마다  CCTV가 가지런히 설치되어 있음에도 불구하고 연수는 여전히 불안하다.심지어 연수는 남편한테 이 상황을 알려야겠다는 생각에 혹시라도 자신한테 실종사고가  나면 이 단서를 미리 확인하라는 당부까지 했다. 남편은 그 얘기에 껄껄~ 웃으면서 “당신은 거울 좀 비춰보고 그런 소리를 하우. 이십대의 아릿다운 처녀면 몰라도 이제 중년을 훨씬 넘은 아낙네한테 뭐가 아쉬워서 그러겠소 ?” 하면서 손사레를 친다. 연수는 이런 남편이 너무 얄미워서 아니꼽게 눈만 흘긴다. 그렇게 불안감에 휩싸이면서도 설마 또 자기가 너무 예민해서 더 빈번해보이는건 아닐가 하고 달력에  숫자적으로 통계를 해보기로 마음먹었다. 그냥 단시간내에 나타나는 머피의 법칙 같은것이 아닐가 하는 이지적인 판단을 통해 자신을 다독여 볼려는 수아닌 수였을지도 모른다. 연수는 매일 그 사람을 만날때마다 달력에 선을 그어봤다. 한달 평균으로 치면 매주 5회 출근에 거의 3-4회를 만나는듯 싶었다. 단 자주 만나는 주가 있었고 한주일에 한번도 못마주치는 경우도 있었다.그러나 빈도보다 더 연수를 불안하게 하는건 그 동안 한번도 그 사람이 가족이랑 나들이를 하는것을 목격하지 못했다는것이다.이는 영화에서 본 사이코패스의  형상이랑 매치되면서  이상한 상상이 언뜰언뜰 뇌리를 쳐 더 연수를 괴롭혔다.           그렇게 알게 모르게 불안감에 힘들어한지가  5개월이 되어가던 때,연수를 그 착각의 두려움에서 구해준 계기가 있었으니 그건 바로 간만에 딸아이를 마중하러 학교로 갔던 그날.딸 아이와 비슷한 년령대의 딸아이를 데리고 나란히 하교하는 그 사람을 만났던것이다. 아!  애가 있었구낭. 일단은 사이코패스는 아니였구나라는 안도의 한숨이 훌~ 나왔다. 키나 년령때를 보아하니 연수의 딸아이랑 같은 학년이거나 아랫학년으로 추정되었다. 연수는 그 주 마침 특수상황으로 3일 연속 딸아이 마중을 가게 되었다. 그런데 우연히도 그 3번중에 또 2번을 만났다.이것도 우연이라면 우연이겠지만 또한 연수가 불안에서 벗어날수 있는 더블체크였다. 사이코패스가 아닐거라는 확신의 더블체크말이다.이 순간 만큼은 일년에 두세번 정도만 딸아이 마중을 갔던 자기가 무지 한스러웠다. 자주 딸마중을 갔더라면 , 더 일찍 이 사실을 알게되었고, 여태껏 5개월넘게 불안감에 떨지 않았지 않았을가 하는 생각에  허구픈 웃음만 나왔다. 그래도 너무 늦지 않아서 다행이다. 알고보면 이렇게 후련한것을 마음속에 두고 헛걱정만 한 자신이 너무 우습고 이 과정이 너무 허무했다. 거울보고 그런 걱정을 말라던 남편의 놀림말도 괘씸하지만 이제야 자신이 얼마나 무서운 상상을 했고 그 사람한테는 얼마나 억울한 노릇이었는지 자괴감이 든다. 자라보고 놀란 가슴 솥뚜껑 보고 놀란다고 각종 사회뉴스에 겁먹은  연수는 이런 우연의 일치에도 겁을 먹고 한 평범한 사람을 오해의 궁지에 떠밀어 넣은 동시에 자신도 불안에 떨게 했던것이다.           사람들은 살아가며 여러 우연과 운명적인 사건들에 머피의 법칙 혹은 샐리의 법칙으로 이름 붙여서 부른다고 한다. 오늘에야 이 법칙이 연수의 연못과도 같이 잔잔했던 일상에 어떤 영향을 미쳤었는지 새삼 느끼게 된다. 이는 단순 비관주의적인 머피의 법칙때문에  발생한 해프닝이였던 것이다. 또한 우연은 존재하며 인연도 존재한다. 그 사람과 연수의 비슷한 생활습관과 일상적인 업무 패턴 등으로 우연의 일치는 발생확율이 의외로 높다는것도 이 해프닝을 통해 검증되었다.           인생은 어찌보면 머피의 법칙과 샐리의 법칙의 무한교체가 아닐가 싶다. 워낙에  고르지 않는 패턴이 이 두 법칙에 따라 집중적으로 한 사람의 삶에 나타날때 흔히 사람들은 불안해하고 초조해한다. 당근 샐리의 법칙이 쭉~ 이어지면 괜찮겠지만 그와 반대로 불행의 연속일 경우 사람들은 신앙을 잃고 불안감에 갈팡질팡하게 된다. 따라서 이런 울도 웃도 못할 해프닝이 발생한건 아니였을가 ? 연수는 오늘 아침도 그 이름 모를 이웃을 스쳐지나면서 나름의 궁금증에 파묻힌다.   <div>2023년 7월  <청년생활>  발표됨<br><div><br></div></div>