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 황금빛 무르익는 가을의 계절인 8월30-31일까지의 1박 2일로 40주년 동창모임이 있었다. 이번 모임은 먼저 이도백하로 가서 내두산별장에서 하루밤 묵고 이튿날에는 백두산에 오르고 점심은 약수터에서 먹는단다. 여지껏 약수터는 한번도 다녀온적 없는 </p><p class="ql-block">나는 마음이 먼저 달려감을 어쩔수 없었다. </p><p class="ql-block"> 8월 30일날 가을을 재촉하는 잔잔한 비가 내렸다. 그래서인지 내 마음도 차분해났다.</p><p class="ql-block"> 그날 연길에서 떠나는 버스가 안도를 지나기에 안도에서 사는 우리 몇몇 동창들은 안도버스역에서 버스를 기다렸다. </p><p class="ql-block"> 조금후 동창생들을 실은 중형 버스가 안도에 도착했다. 잠간 쉬는 사이에 우리 여동창들은 서로 안고 돌아갔다. 어떤동창은 첫눈에 알아볼수 없어서 이름을 알려줘야 알수 있었다. 십년이면 강산이 변한다는데 40년이란 세월이 흘렀음에랴! </p><p class="ql-block"> 우리는 먼저 안도현 만보진중학교로 갔다. 그 중학교는 70년대에 우리가 공부하던 학교다. 지금은 이전의 단층이였던 학교가 아니고 층집이였고 캠퍼스도 인공잔디풀로 만들어져서 예전의 모습은 조금도 찾아볼수없었지만 그래도 모교인지라 누구도 격동을 억누르지못한채로 여기저기를 둘러보았다.</p><p class="ql-block"> 나도 한창 흥분상태에 푹 젖어 있는데 뒤에서 누군가 나를 불렀다.</p><p class="ql-block"> “영옥씨네.”</p><p class="ql-block"> 내가 뒤 돌아보니 키가 아주 큰 사나이였다.</p><p class="ql-block"> “누군데?”</p><p class="ql-block"> “하참 난 한 눈에 알아보았는데..그래 날 모르단 말이요? 나 철이거든”</p><p class="ql-block"> 아. 철이! </p><p class="ql-block"> 다른 몇십년간 못 본 동창들은 이름을 말하면 좀 생각해봐야 기억나지만 그러나 철이는 잊어지지 않는 일찍 내가 그렇게도 미워해온 남자동창인지라 인차 생각났다.</p><p class="ql-block"> 날 얼마나 괴롭혔고 또 날 얼마나 울게 했던가! 고마운 사람을 잊지못할수도 있겠지만 미워했던 사람도 잊어지지 않는게 인간의 감정인가부다.</p> <p class="ql-block"> 인제는 육십에 이른 철이는 얼굴에 얼기설기 잔주름이 가긴했지만 그래도 어릴때의 너부죽한 얼굴과 희멀끔한 피부는 변하지 않았다.</p><p class="ql-block"> “한 버스에 앉았는데 왜 난 못 보았을가?</p><p class="ql-block"> 나의 물음에 그는 나지막히 이렇게 말하는것이였다.</p><p class="ql-block"> “ 난 영옥씨를 인차 알아보았지만 감히 말 못했소”</p><p class="ql-block"> “그건 왜서?”</p><p class="ql-block"> “내가 어릴때 영옥씨를 무던히도 괴롭혔거든. 그때는 정말 헴이 못 들어서 그랬으니 용서해주길 바라오. 나는 커서 차츰 헴이 들면서 길가에서 장애인들을 만나면 저도 몰래 영옥씨 생각을 하면서 그냥 죄송한 마음뿐이였소. 그러면서 어느때라도 만나면 꼭 깊이 사과하면서 용서를 빌고 싶었소”</p><p class="ql-block"> 그가 진심으로 나한테 사과했다.</p><p class="ql-block"> “뭐 이미 다 지난 일인데…그리고 그때는 천진한 나이여서 그랬는데 뭘 그까짓거 가지고 사과까지 할 필요는 없지않소?”</p><p class="ql-block"> 우리둘은 서로 마주보며 웃었다. 구름한점 없는 가을의 하늘은 그날따라 더없이 푸르고 푸르렀다. 그와 이야기를 나누면서 나의 사유는 그때의 그 어린시절로 돌아갔다.</p><p class="ql-block"> 내가 초등학교에 금방 붙었을때다. 반급의 담당선생님이 이렇게 말씀했다.</p><p class="ql-block"> “우리반에 다니는 영옥학생은 지체장애인인데 누구나 업신여기면 안됩니다. 모두들 많이 보살펴주세요”</p><p class="ql-block"> 선생님과 동학들의 보살핌속에서 나는 다리를 절뚝대며 학교로 다니기 시작했다. </p><p class="ql-block"> 그런데 2학년때 어디에서 왔는지 철이라는 애가 우리반에 왔는데 하학후 집으로 돌아갈때면 내 뒤를 따르면서 내가 걷는 흉내를 내면서 우리집까지 쫓아 오군 했었다. </p><p class="ql-block"> 그가 이렇게 하니 다른 애들도 함께 나서서 날 놀리였다. 그래서 나는 이 일을 선생님과 일러바쳤더니 선생님은 그 애들을 호되게 닦아세웠는데 다른 애들은 인차 고쳤지만 유독 철이만이 그냥 그 본새였다. </p><p class="ql-block"> 이 일은 나의 엄마를 격노케했다. 하여 어느날 엄마는 길가에서 그를 기다렸다가 단단히 혼뜨검을 냈다. 나는 인제는 그가 다시는 그러지 않을거라고 생각했는데 웬걸 그는 원래보다 더 놀려주는것이였다.</p><p class="ql-block"> 나는 그가 너무도 지꿎게 뒤따르며 놀려주는 바람에 학교에 가기도 싫었고 매일이다싶이 눈물을 흘려야 했었다. 몹시 안타까운 나는 그 애가 어데론지 전학하지 않으면 큰 병에 걸려서 학교에 오지못했으면 하고 바라기도 했다. 그러던 그가 3학년이 되여서야 어디론가 전학해갔다. 그런후로 한번도 못 보았던 것이다.</p><p class="ql-block"> 그후 세월이 몇십년 흐르면서 가끔씩 그처럼 날 괴롭히던 철이는 어디서 어떻게 보내는지하고 생각을 안 해본건 아니였다.(철윤이가 어릴때의 일을 기억하고 있을가? 인제 날 만나면 어떤 표정일가?)</p><p class="ql-block"> 나는 이렇게 여러가지로 추측해보기도 했다. 그런데 이번에 이렇게 만날줄이야.</p><p class="ql-block"> 그날 점심부터 철이는 날 특별히 보살펴주었다. 식당에 들어갈때면 날 부추켜주었고 식사할때도 맛나는 음식을 자꾸 집어주기도 했다. </p><p class="ql-block"> 철부지떄의 그 “죄”를 벗느라고 그러는걸가? 어른들도 착오를 지을때가 있는데 하물며 그때는 철부지가 아니였던가! 나는 또 구태여 그 일을 머리속에 새겨넣고싶지 않아서 세월속에 묻혀버리고 말았는데 그가 이렇게 만나자마자 사과할줄은 생각지도 </p><p class="ql-block">않았다.</p><p class="ql-block"> 아무리 미운사람도, 미운 사연이라도 세월이 오래 흐르면 다 잊어지는 법인데…</p><p class="ql-block"> 우리는 또 잊으면서 사는법을 배워야 한다.</p><p class="ql-block"> 사과를 하지않아도 만나면 반가운 동창! 그날 그한테서 사과를 받고나니 오히려 내쪽에서 되려 감사한 마음이였다.</p> <p class="ql-block">2014년 12월 4일 KBS 한민족방송 "보고싶은 얼굴, 그리운 목소리"에서의 우수작품(방송파일 없음)</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