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 class="ql-block">3 장어집에서</p><p class="ql-block">오늘과 래일은 장어집 주방에서 일하기로 되여 있었다. 장어라는 말은 많이 들어왔지만 한번도 본적이 없거니와 먹은적은 더구나 없었다.진작 알았더라면 가지도 않았을텐데 말이다.</p><p class="ql-block">아침 10시 30분터 저녁10시30분까지란다.번마다 일하러 나올때면 항상 십분정도 여유있게 도착한다.그러지 않고 딱 시간맞춰 도착하거나 조금이래도 늦게되면 아침부터 검으락 푸르락 눈치봐야 하기 때문이다.거기다가 재수없이 길도 잘 못찾을때면 늦어지기 일쑤여서 넉넉히 시간을 잡고 떠나군 하였다.</p><p class="ql-block">오늘도 례외는 아니였다.식당에 도착하니 아직도 십분이나 남았다.주방엔 나보더 네댓살 더 많아보이는 아줌마 하나가 먼저 와있었다.내가 인사를 하자 받는둥 마는둥하면서 턱으로 앞쪽을 가리킨다.</p><p class="ql-block">‘저기서 옷을 갈아 입소...’라는 뜻이다.</p><p class="ql-block">알려주는 방향으로 머리를 돌려보니 남녀 화장실 밖에 없었다 .</p><p class="ql-block">“아니...여긴 남녀 화장실이 붙었네요...”내가 너무 한심해서 되묻자 “아직 손님들이 안와서 괜찮소....”하며 퉁명스럽게 말하는것이였다. 어쩐지 오늘하루 참 재수없을 것만 같은 예감이 들었다. </p><p class="ql-block">파출부일을 하러 자주 다니다 보면 별의별 사람들을 다 만난다.물론 그중에는 조선족 아줌마들이 많다. 대부분 중국에서 건너가 열심히 일하는 아줌마들이다.하지만 어떤 아줌마들은 다같은 조선족이면서도 같은 조선족 파출부아줌마들 앞에서는 한국사람들보다 더 우쭐거리고 무시한다.아무리 세련되게 말하느라하고 한국사람처럼 옷을 입어도 조선족인것이 대뜸 알리건만 희떠운 소리를 해댄다. 먼저 일해서 다 안다는 배짱인지 아니면 터세를 하는건지...아무튼 식당에서 하루종일 같이 있다보면 별일 다 보게되는것이다.이 여자도 그런 축에 속하는게 분명했다.</p><p class="ql-block">그 아줌마는 나를 보고 밥을 하고 야채를 다듬어란다.예전에 내가 파출부로 다른 식당에서 밥을 지을 때면 주방에서 일하던 분들이 어떤집은 밥을 고실고실하게 하고 어떤집은 밥을 좀 눅눅하게 한다고 알려주군 하였다. 그러면서 내가 물어보지 않아도 쌀을 솥에 안칠때면 너도나도 다 봐주군 하였다.서너근도 아니고 한꺼번에 사오십그릇씩 나오는 밥을 지으니 말이다.나는 한쪽으로 쌀을 넣고 물을 맞추면서 그 아줌마한테 물어보았다.</p><p class="ql-block">“ 언니, 물 이만하면 돼요?”</p><p class="ql-block">그러자 그 여자는 아주 진짜 어이 없다는 표정으로 “아니, 오늘은 무슨 밥할줄도 모르는 사람을 보냈나? 완전 초보네…”라고 거의 주방이 째질 정도로목소리를 높였다.</p><p class="ql-block">‘어머, 나는 그래도 나보다 선배라고 존중해서 물어본건데 무슨 말을 저렇게 거칠게 하지?’</p><p class="ql-block">“아니, 누가 밥할줄 몰라서 물어본건가요?어떤쌀은 물을 많이 타니 물어본건데...말이 너무 지나친게 아니얘요?”내가 한치의 망설임도 없이 박아주자 그제야 시무룩해진다. 진짜 사람을 뭘로 보고...</p><p class="ql-block">그후부터 아예 그녀와 더 말을 걸지도 않고 시키는 일만 수걱수걱 해나갔다.</p><p class="ql-block">이 집은 장어집이라 장어들이 가득찬 크고작은 물통들이 줄 지어 있었다.처음에 나는 그 물통들에 덮개가 다 덮여 있는지라 그안에 장어들이 들어 있는줄도 몰랐다.중국산이라고 쓴 배추김치 두박스를 큰 대야에 놓고 서너번씩 씻는다.그렇게 고추가루 하나 없이 노란 배추만 남을때까지 몇번씩 헹군다.그러면 그걸 그대로 살짝 짜서 썰어놓으면 새하얀 백김치가 되는것이였다.내가 한창 쪽걸상에 앉아서 한포기두포기 정신없이 씻고 있는데 불시에 옆에 있던 커다란 물통 덮개가 활 열리면서 거기서 새까만 장어가 뛰쳐 나왓다.</p><p class="ql-block">‘어마나 ...’</p><p class="ql-block">나는 손에 있던 배추김치를 땅바닥에 떨구면서 저도몰래 새됀 소리를 질렀다.한메터도 더 되는 뾰족한 대가리의 장어가 온몸을 구불떡 거리면서 뱀처럼 여기저기 쏘다닌다.얼마나 징그럽고 무섭던지...온몸에서 식은땀이 쫙 흘렀다.</p><p class="ql-block">내가 호들갑을 떤다고 생각했는지 아니면 솜씨 자랑을 하고 싶어서 그랬는지 그녀자는 장갑낀 손으로 장어목을 꽉 잡아서는 칼도마우에 올려 놓는다.기다란 장어가 꼬리를 마구 흔들며 요동치는데 그녀는 단번에 목에 뾰족한 칼을 들이 박더니 한손으로 대가리를 움켜쥐고 다른 한손으로 장어 뼈를 쫙 갈라낸다. 이어서 기다만 몸통을 두 토막으로 자르더니 피가 있는 그대로 커다란 접시에 담아서는 손님들상에 내보낸다...나는 저도 모르게 온몸에 소름이 쫙 끼쳤다.</p><p class="ql-block">장어란 놈은 껍질을 벗겨놔도 꿈틀댄단다.그만큼 힘이 좋다는 말이다.그래서인지 모두들 기를 쓰고 장어를 먹는단다. 그러니 그 힘좋은 놈을 단번에 제압하자면 힘도 힘이거니와 요령을 장악해서 그 요해처를 면바로 찔러야 단칼에 료정낼수 있다는거다.그렇지 않으면 칼에 찔리워서도 여기저기 막 기여다닌단다...</p><p class="ql-block">그렇게 기교높은 일을 하시니 자연히 코대를 하늘같이 쳐들고 으시대면서 말투도 저렇게 건방지게 나오나봐...속이 덜됀 인간...</p><p class="ql-block">정심때가 다가오자 손님이 점점 많아졌다. 그 아줌마는 이번에 아예 물통덮개를 열어놓고 작업하는지라 장어들이 무리를 지어 탈출해서는 주방 여기저기 막 기여다녔다. 진짜 얼마나 징그러운지 일손이 잡히지 않았다. 금방이라도 내몸에 막 감겨들것만 같았다. 오늘은 진짜 잘못온것 같았다.신경을 곤두세우고 설겆이를 하는데 어느사이에 그 아줌마가 내옆에 커다란 사기 그릇 하나를 가져다 놓았다.깨끗이 씻어놓으란다. 들여다 보니 이건 또 머야 ...게딱지 같은 커다란 조개 같은것이 꿈틀거리지 않는가.</p><p class="ql-block">“ 이건 머얘요?”</p><p class="ql-block">“그것두 모르오?전복이지...”</p><p class="ql-block">이전에 마른 생복은 시장에서 본적이 있어도 이렇게 크고 살아서 꿈틀거리는 전복은 진짜 처음이다.머리와 다리도 분간하기 힘든 놈들이 흐믈거리며 꿈지럭 거리는데 너무도 흉물스러웠다. 다치기만해도 내 손을 덥석 물것 같았다.그만큼 크고 많았다.</p><p class="ql-block">“ 언니가 하세요.난 징그러워 못하겠어요.”</p><p class="ql-block">솔직히 일하기 싫어서가 아니였다.그 아줌마가 나한테 온갖 시끄러운 일을 다 시키는데 대한 일종의 항변이였다.막로동은 그래도 참을수 있는데 말이다. 다시말하면 이집은 장어집이니 주요메뉴가 장어료리이다.그러니 이 녀자는 장어 잡는 외엔 손가락 하나 까닥하지 않았다.이 아줌마는 시시껄렁한 모든걸 다 나한테 시킨다.장어 한접시에 따라나가는 그 모든 메뉴는 다 내가 하는거였다.상추를 씻어서 살짝 무치고 백김치를썰고 찍어먹을 야채들을 씻고 썰고, 거기에 수시로 들어오는 그릇들을 씻고 ,한바게쯔 가득찬 음식물 쓰레기도 내 혼자힘으로 끙끙 거리며 내다 버리고...정말로 힘에 부쳤다.여태까지 파출부로 일하러 다녀도 이렇게 힘들게 일하기는 처음이였다.</p><p class="ql-block">내가 아예 한켠으로 그릇을 활 밀어놓고 와락와락 설겆이를 하자 장어를 잡던 식탁앞에 앉아 껌을 질겅대던 그녀는 뭐라고 궁시렁 거리면서 도로 그릇들을 가져간다.주문이 들어와서 장어를 칼질하는 외엔 온종일 홀 계산대앞에 앉아 한국실장이란 녀자와 수다를 떨고 남의 뒤소리만 해대는 그녀가 밉살스럽기만 했다.</p><p class="ql-block">파출부일을 하러 다녀도 이 아줌마처럼 사람을 대놓고 무시하고 이래라 저래라 명령조로 하녀부리듯 대하는 주방 아줌마, 그것도 조선족 아줌마는 처음이였다. 다같이 한국으로 돈벌러 와서는 자기는 뭐가 그리 잘났다고 저리 기고 만장해 하는지...그까짓 칼질하는게 무슨 큰 장기라고...</p><p class="ql-block">나도 여기 와서 가는곳마다 월급제로 일하라고 붙잡는데가 진짜 많았다.그러나 나는 다 거절하였다.매일 매일 일당으로 하는게 좋다고...사실말해서30 여년 중국에서 틀에 박힌 직장생활을 했던지라 한국에 와서도 월급제로 매일매일 꼬박꼬박 출근해야 된다는 강박관념은 생각만 해도 진저리 난다.그래도 일당으로 뛰면 어떤날은 컨디숀이 안좋거나 집에 혹시라도 일이 있으면 휴식을 하면 그만인것이다. 그만큼 자유로운것이다 .이 나이에 퇴직까지 한 내가 한국에 나와서 심심풀이로 일하는지라 이를 악물고 돈을 벌 생각도 없었다. 그래서 한국에 나와있는 친구들이 파출부로 일당을 하면 힘들다고 말렸지만 그래도 나는 어쩐지 파출부생활이 더 편했다.</p><p class="ql-block">퇴근시간 반시간 앞두고 끝내 사달이 생겼다.내가 싱크대에서 다 씻은 커다란 대야를 들고 왼쪽으로 몸을 홱 돌리는 순간 어깨 팔쪽이 섬뜩 해났다 .머리를 돌려 내려다보니 팔에서 빨간 피가 막 쏟아져 나오는데 너무도 순식간에 벌어진 일이라 아픈줄도 몰랐다.내뒤에 선 장어잡이 뾰족칼을 든 그녀가 당황해서 어쩔바를 몰라했다. 칼을 씻자고 왔는데 내가 불시에 몸을 돌리는 바람에 사고가 일어났다며 그녀가 변명했다.</p><p class="ql-block">“아니 그럼 내가 불시에 몸을 돌리지 돌아선다고 번마다 통지하겠어요? “</p><p class="ql-block">내가 쏘아붙이자 “ 정말 미안해유.이걸 어쩜 좋아” 하며 발을 구른다.뒤에서 오는 자기가 조심해야지 머리를 수그리고 일하는내가 알턱이 있냐고...내가 만약 그런 실수를 저질렀으면 입에 게거픔을 물고 달려들 인간이...슬그머니 짜증이 났다.누군가 파스를 가져다 줘서 휴지로 썩 닦아내고는 부쳤다.생각같아서는 더 혼내주고 싶었지만 무의식적으로 한 행동이니 얄미워도 참았다.내가 더 말이 없자 내 눈치만 살살 보던 그녀가 홀에 달려가더니 뭐라고 했는지 실장님이란 녀자가 와서는 전에 없는 친절을 보이며 말했다.</p><p class="ql-block">“언니, 오늘 일 거의다 한것 같은데 먼저 퇴근하세요.”</p><p class="ql-block">아직 한시간이나 남았는데 ...</p><p class="ql-block">손님도 뜸한지라 별로 할일도 없었다.그래도 시간전에 보내는 집은 거의 없었다. 팔뚝쪽이 찔끔찔끔 아파났다.</p><p class="ql-block">“ 고마워요.그럼 갈게요.”나는 입었던 앞치마를 활 벗어놓고 나왔다.오늘 무시당하고 피까지 흘린 일을 생각하니 울화가 치밀었다.상처의 아픔도 아픔이겠지만 같은 조선족 아줌마한테서 받은 무시에 더 마음이 아팠다.토요일은 일당 9만 5천원(한화)인데 10만원을 주는것이였다.미안한가보다. 래일은 절대 안나오겠다고 마음을 굳혔다. 원래은 이틀 련속 일하게 되여 있지만 이 녀자가 하도 꼴보기 싫어서 도저히 올 기분이 나지 않았다.</p><p class="ql-block">집에 오니 남편이 상처를 보고 란리친다.이 정도면 병원도 가고 치료비도 받아내야 한다면서.</p><p class="ql-block">“됐어요...고의로 한짓도 아니고...같은 중국사람끼리 일하다 그럴수도 있지요…”</p><p class="ql-block">‘난 절대 그러지 않을거야…다같은 처지에서 똑같은 식당일을 하면서 더우기 같은 조선족으로서 누가 누굴 없신여긴단 말인가…’</p><p class="ql-block">팔에 난 상처는 시간이 지나면 아물것이지만 오늘 받은 마음속 상처는 웬지 오래갈것 같다...</p><p class="ql-block">나는 서러움을 씻고 이불을 푹 뒤집어 썼다….</p><p class="ql-block">다음호에 이음</p><p class="ql-block">2021년 청년생활 3월호에 발표</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