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가락

老顽童

<p class="ql-block">  저가락에 깃든 이야기 </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이 세상에 살고있는 사람들이라면 거의 다 하루에 세끼 식사를 하고있다.그리고 많은 민족들이 식사시에 도구를 사용하고 있다.그런데 아직도 손으로 집어먹는 민족 세계 총 인구의 삼분의 일을 차지하고있다 하니 적은 수는 아닌 것이다.무수한 세월을 거쳤어도 원시사회의 흔적은 쉽게 지워지지 않고있는 것이다.</p><p class="ql-block"> 우리나라사람들은 언녕부터 식사시 저가락을 사용해왔다.그리고 그당시 우리나라와의 접촉이 제일 빈번했던 조선반도와 섬나라 일본이 선후로 저가락 문화를 먼저 받아들이게 되였다.</p><p class="ql-block"> 누구나 다 알고있는 일이지만 식사할 때에 저가락을 사용하면 참 편리하다.게다가 우리민족은 숟가락까지 만들어서 같이 쓰고있어 더구나 편리하게 식사를 치르게된 것이다.</p><p class="ql-block"> 그런데 나는 지금까지 숟가락이 있고 저가락이 있어 우리들의 식생활이 얼마나 편리한지를 생각해본 적이 한번도 없었다 .식사 때 수저를 쓰는 일은 그저 당연한 일이라고만 생각하고 있었으니 말이다.그러니 갑자기 저가락을 두고 뭔가를 론하려니 스스로도 좀 주저심이 들기도 한다 .</p><p class="ql-block"> 나에게는 저가락 사용을 두고 이런 일이 있었다 .어느날 내가 근무하던 직장에 회식자리가 있어 십여명이 같이 식사를 하게되였는데 그중 한 동료가 나를 두고 하는 말이 "저 홍형도 나처럼 저가락 쓸줄 모르네요"라고 하는 것이였다.그래서 나는 그 자리에서 크게 놀라고 말았다.</p><p class="ql-block"> 그때까지 나는 내가 저가락을 다른 사람들과는 틀리게 쓰고있는 줄을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던 던 것이니 말이다.깜짝 놀라 어정쩡해있다가 다시 정신을 가다듬고 보니 그 자리에서 함께 식사를 하고있는 동료들 중에서 나와 그 동료 두 사람만이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그리고 아주 서툴게 저가락을 사용하고 있었던 것이다. </p><p class="ql-block"> 모두들 보기좋게 료리를 집어 입으로 가져가는데 우리 둘만은 간신히,그리고 아주 서툴게 료리를 바르게 집느라 용을 쓰는 꼬락서니를 연기하고있었던 것이다.참 기분 상하는 일이였다.나는 체면이 깎이는 서투른 연기자의추태를 감추지 못해 쩔쩔매게 되였다.곁에서 보고있는 사람들에게는 그 품이 아주 꼴불견이였을 것이다.</p><p class="ql-block"> 말하자면 그날까지 30여년간 나는 저가락을 바르게 사용할 줄을 모르고 살아왔을 뿐만 아니라 그것을 전혀 의식하지 못하고 살아왔었다는 얘기다 .</p><p class="ql-block"> 그렇게 두루 살아가다가 세월이 흘러서 지금은 시간의 여유가 있어 다시 저가락에 신경을 모으게 되였다 . 나는 이때까지 저가락때문에 불편을 느껴보지 못하고 살아온 것같다고 우겨보기도 했었다. 말하자면 나도 저가락을 전혀 쓸 줄 모르는 것은 아니라는 얘기 따위였다 .어쨌든 나는 내 나름대로 집어먹고 싶은 것은 다 집어먹을 수 있어서 불편한 줄을 모르고 지금까지 살아왔다고 난처한 변명도 했었다.</p><p class="ql-block"> 내가 저가락을 제대로 쓰고있는지 어떤지는 전혀 생각해본 일도 없었고 그리고 그리 우아하지 못한 식사행위를 스스럼없이,꾸준히 반복하면서 부끄러움도 모르고 살아왔다는 사실이 스스로도 가소롭다는 생각이 들었다.</p><p class="ql-block"> 이처럼 나는 저가락 사용법에는 별로 관심이 없이 두루 살아온 것이다. 그렇지만 내가 다른 사람들과 다르게 저가락을 사용해 왔다는 데는 좀 검토할 바가 있다고 언제부터인가 생각하게 되였다.다른 사람들이 쉽게,또한 자연스럽게 할 수 있는 일을 내가 바르게 못하고 있었다는 일이 마음에 내키지 않는 것이였다.나의 손은 이상한데가 전혀 없는데 어찌 이럴 수가 있느냐고 말이다.</p><p class="ql-block"> 그래서 나는 먼저 나의 어머니부터 탓하게 되였다.저가락 다루는 걸 바로 배워 주지 않았다고 말이다.그러던 어느 명절 때에 우리가족성원들이 한자리에 다 모여 함께 식사를 하게되였다. </p><p class="ql-block">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 나는 의식적으로 주위의 모두를 관찰해보게 되였는데 어머니로부터 형제 누구나 다 저가락 다루기 능수였고 나만 저가락사용 장애자였던 것이다.나는 너무도 어처구니가 없어 뭐라 말도 못하고 스스로 고민속에 깊이 빠져 버리고 말았다.어머닌 분명 저가락사용법을 가르쳐줬을 텐데 내가 무심했거나 열심하지 않아서 배워내지 못했음이 틀림없다고 단언하게 되였다.그래서 어머니를 탓했던 내가 죄스럽고 부끄러웠다. </p><p class="ql-block"> 사람들은 흔히 사소한 일에 등한시할 때가 많은 같다.이를테면 자기가 하고있는 일은 당연히 옳다고 믿어 의심치 않는다 .내가 저가락사용 장애자인 줄을 모르고 스스럼없이, 천연스럽게 살아왔던 것처럼 말이다 .이리하여 나는 저가락에 관심을 모으게 됐고 또 그러다가 재미있는 것을 발견하게 된 것같다. 이를테면 한쌍으로 되여있는 저가락인데 그중의 하나는 부동 (상대적으로 )의 자세를 유지해야하고 다른 하나만 움직여야 한다는 것이다.</p><p class="ql-block"> 저가락의 이런 사용법이 참 특이하다.하나는 피동이고 다른 하나는 주동인 것처럼 보이지만 사실은 그런 것이 아니라 이 둘이 하나같이, 또는 한편으로 되여서 맡은바의 일을 틀림없이 잘 수행하고 있어서 우리들의 식사가 편리하게 될 수 있다는 생각을 하게되였다.</p><p class="ql-block"> 우리가 흔히 보게되는 모든 기계들이 다 정적인 것과 동적인 것의 틀림이 없는 어울림으로 그 자체의 기능을 잘 발휘하고있는 것처럼말이다. 우리가 여름철에 더우면 잘 사용하고있는 선풍기를 관찰해보면 그 리치를 쉽게 깨닫게 될 것이다.량쪽이 다 정지상태여도 안 되고 량쪽이 다 움직여도 안 되는 그런 교묘한 관계로 선풍기는 그 구실을 제대로 하게되는 것이다.</p><p class="ql-block"> 이처럼 이 세상이 저가락의 움직임처럼,또는 잘 돌아가는 기계처럼 된다면 이 사회도 조화가 잘 되는 평화로운 세상으로 되지 않을가하는 생각이다 .</p><p class="ql-block"> 저가락은 3천년전에 중국에서 발명되였고 저(箸)라고 이름했다가 지금은 저(箸)가 쾌자(筷子)로 바뀌여 불리우고 있는데 그 길이를 7촌6푼으로 규정하고 있다 .바로 인간들의 칠정륙욕(七情六欲)을 상징하는 수자로 말이다.조선반도와 바다 건너 일본의 저가락 사이즈는 어떠한지,그리고 우리중국처럼 저가락에 어떤 의미를 부여하고 있는지는 알 바가 없다 .</p><p class="ql-block"> 이렇게 저가락은 그저 음식문화에만 그치게 하는 것만이 아니라 한 민족의 정신세계에도 좋은 이미지를 부어넣으려고 했던 우리나라 선인들의 고심에 탄복하게 된다. </p><p class="ql-block"> 이렇게 저가락은 우리 중국에서 먼저 만들어졌고 나중에 조선반도와 섬나라 일본에까지 전파되여 간 것임에 틀림이 없겠다.그리고 우리조선민족은 그냥 우리중국에서 제일 먼저 쓰이던 한자 저(箸)라는 말에 우리말인 "가락"을 붙여서 【저가락이라 불러왔고 일본에서도 마찬가지로 한자 저(箸)를 사용하여 하시(はし"箸")라고 부르고있는 것이다.</p><p class="ql-block"> 저가락을 만드는 재료로 중국은 주로 대나무를 많이 사용하고 한국은 지금 불수강(스텐레스)을 많이 사용하는데 일본은 중국처럼 나무를 많이 사용한다.그리고 일본의 식당같은 데서는 나무로 된 와리바시(割り箸),즉 쪼개서 쓸 수 있는 저가락을 많이 사용하고있다.일본의 와리바시(割り箸)는 한번 쓰고 버리는 일회용 저가락이다.지금은 우리나라에서도 식당같은 데서는 와리바시를 많이 쓰고있다. 와리바시는 확실히 편리하고 위생적이여서 호평을 받을 만하다.그 반면에 자원을 랑비한다는 비평을 듣고있다는 것도 사실이지만 ...</p><p class="ql-block"> 그런데 지금 우리나라의 시중에는 플라스틱으로 된 저가락도 판매되고 있는데 나는 그것이 어쩐지 좀 꺼림칙한 생각이 든다.플라스틱 식기는 고열과 접촉하면 분해되여 유해물질로 변하기 쉬운 것이니 될수록 사용하지 말아야한다고 생각한다.</p><p class="ql-block"> 지금 아시아의 적지 않은 나라들에서 식사할 때 저가락을 사용하고 있다.조금은 다른 나라들 보다 앞선 좋은 생활 습성이라고 말하고싶다 . 한편 유럽이나 아메리카와 같은 나라들에서는 나이프와 포크를 사용하고있는데 그것이 나온 시대가 17세기좌우였다하니 그 력사가 5백년 좌우밖에 안된다는 말이 된다.금속을 제련할 수 있게되였고 도금기술이 나온 후에 나이프나 포크를 만들어 사용하게된 것이라 한다.그러니 그 전에는 손으로 집어먹었다는 얘기로 된다 .물론 중국도 3천년전에는 마찬가지였을 것이지만 欧美보다는 2천여년 앞서 식사도구인 저가락을 사용해왔다는 말이 된다. </p><p class="ql-block"> 그런데 우리들의 저가락문화를 두고 일부 서양인들이 이렇쿵저렇쿵하고 있다는 데는 리해가 안 된다.무엇이든, 무슨 일이든 자기 것만 옳고 좋다고 실없이 우기는 것은 좋은 일이 아니다. 우리는 서로의 음식습관이나 문화를 존중하면서 함께 살아가야 이 세상은 보다 평화로운 세상으로 될 것인데 말이다 .</p><p class="ql-block"> 기실 저가락이든 포크와 나이프든,거기에 숟가락이든 다 장점과 단점을 갖고있다.그러니 그것을 쳐들고 이렇쿵저렇쿵 하고 시비를 따질 것이 없이 서로의 장점을 받아들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일만이 바람직한 일이 아니겠는가 하는 생각이다.</p><p class="ql-block"> 나는 이렇게 저가락을 두고 동서의 문화차이를 다시 생각하게 되였다.그리고 저가락에 숟가락을 더불어 쓰고있는 우리조선민족의 지혜에 감탄하게 된다.국물을 즐겨 먹는 습관이 있는 우리민족들에게는 너무나 좋은 식사도구이다.</p><p class="ql-block"> 남들의 좋은 것을 바르게 받아들여 자기의 것으로 만들고 게다가 자기에게 필요한 것을 만들어 쓰는 그 지혜가 돋보인다.</p><p class="ql-block"> 타인의 우점을 따라배워 자기의 것으로 만들어가는 자는 진보할 수가 있어서 유망한 자이다.누구든 남들의 좋은 것을 받아들이면 손해될 일은 하나도 없을 것이다.</p><p class="ql-block"> 이렇게 나는 저가락사용을 두고 자신을 다시 돌아보게 되였다.아주 사소한 일이라고 등한시했던 일들 중에 타당치 못한 것들도 더러 있고, 혹은 내가 너무나 익숙하게 익혀서 스스로도 의식 못하고 천연스럽게 지나쳐버렸던 것들 중에 잘못된 것들이 있었다는 것을 알게되였다.잘된 일이다 . 지금이라도 잘못을 알았으니 이제 서둘러 고치는 일만 남았다 .고친다는 일이 쉽지 않지만 묵과할 수는 없는 일이다. </p><p class="ql-block"> 나는 지금 저가락을 바르게 쓰는 련습을 열심히 하고있다. 그러나 잘 되지를 않는다.무엇이나, 무슨 일이든 때를 놓쳐버리면 그것을 되찾기란 너무도 힘겨운 일인 줄을 다시한번 뼈에 사무치도록 절감하게되였다. 그러면서도 기어이 이전에 내가 당연하다고 여기고 있던 것들 중의 그릇된 일이거나 잘못을 바로잡으려고 지금 힘써 노력하고있는 중이다.</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 2019년6월23일 초고</p><p class="ql-block"> 2021년12월 수개</p><p class="ql-block"> </p><p class="ql-block">ㅔ</p>