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머니의 바심장

老顽童

<p class="ql-block"><span style="color:rgb(1, 1, 1);"> 어머니의 바심장 </span> 홍순룡 </p><p class="ql-block"> 누구나 가끔 식욕이 떨어질 때가 있을 것이다.그럴때면 나는 뭘 먹을가 두루 고민하게 되는데 지금은 뭐가 모자라서가 아니라 선택의 여지가 너무 많아서 문제가 되는 것이다.이럴때면 나는 저도모르게 옛날 어머니가 만들어 주시던 반찬들이 생각난다.더구나 지금같은 겨울이 되면 옛시절 맛있게 먹던 어머니의 바심장 생각이 간절하다 어머니는 매년 동지달하순이 되면 벌써 바심장을 담그셨다.우리집은 초겨울에 접어들면 묵은 장은 거의 거덜나게 된다.그도 그럴것이 그 세월에 생산대로부터 분배받은 콩은 제한된 량이여서 큰 명절때 두부 앗아 먹을 것으로 조금 남기고는 죄다 메주콩으로 되는 것이다.게다가 우리집은 식솔이 많은 데다 남자식구가 많아서 다른 가정들 보다 먹는 량도 당연히 많았다.그리고 그때는 식재료들이 아주 단조롭고 모자랐던 탓으로 하루 세끼 된장국을 빼놓을 수 없었다. 그 가난했던 세월을 겪어본 사람이면 누구나 다 알 수가 있겠지만 그때 우리집에서는 거의 매일같이 밥이라고 해도 쌀보다 배추시래기,무우,호박,감자 따위 푸성귀가 더 많이 섞인 밥을 먹는 일이 례사였다.그래서 어머니는 조금이라도 식욕을 당기는 김치같은 반찬 만드는데 많은 신경을 썼었다.이를테면 풋배추로부터 오이,무우같은 것으로,그것도 조금은 계절을 앞선 채소들을 리용하여 반찬을 마련해서는 한끼도 빠칠세라 식탁에 올리시곤 했다. 상기의 " 계절을 앞선 채소"라고 적고보니 자연 아버지의 로심초사를 잊을 수 없다.아버지는 상당한 실력을 지닌 농사군였던고로 조금이라도 우리집의 식량난을 해결하고저 매년 파종기에 들어서면 채소 따위 농작물을 될수록 단 하루라도 앞당겨 심으셨고 또한 올감자같은 수확기가 짧은 품종을 우선으로 하는 등등으로 식량을 보태는데 최선을 다 하셨다. 나에게는 이런 부모님이 계신 덕분에 심하게 배를 곯은 기억이 없고 더구나 영양실조같은 일로 크게 앓았거나 한 일도 없이 오늘까지 무난히 용케도 살어온 같다.그래서 부모님께 항상 감사한 마음뿐이다. 어머니는 계절을 등진 비철의 채소로도 구미를 돋구는 반찬 만드는데 고심하셨다.이를테면 막 쇠여버리는 배추라도 버리지 않고 실을 앗아내고 제법 맛있는 김치로 변신시키기도 하셨다. 나의 기억속에 어머니의 김치솜씨는 보통 수준을 훨씬 초월했던 것 같다.하면서도 무엇보다 어머니의 바심장은 지금 예순을 넘긴 오늘까지도 잊을 수 없어 내 마음속에 향기롭고 달콤한 추억으로 자리잡고 있다. 어머니는 메주를 쑬 때에 메주덩이들을 더러는 일부러 잘게 빚곤했다.말하자면 증편이나 월병만큼의 크기로 빚어 벼짚으로 얽어서 사람의 손발이 쉽게 닿지 않는 곳에 부처님 모시듯 정히 놓아두거나 아예 높은 곳에 달아매여두신다.그러면 그것이 으레 큰 메주덩이보다 먼저 뜨게 마련인데 그래서 때맞게 바심장을 담글 수 있는 것이다.이렇게 메주를 다루는 것이 어머니의 자랑스러운 고안이 아니였을가고 지금 새삼스레 느끼게 된다. 이처럼 뒤늦게야 어머니의 고심과 로고를 헤아릴 수 있게된 이 마음이 그저 서글프고 죄스럽기만 하다. 어머니의 바심장은 참으로 맛있고 향기로왔다.그 특유의 맛과 향기를 미식가가 아닌 나로서는 확실하고도 바른 표현을 하기 어렵지만 어쨌든 천하일미라고 떳떳이 자랑하고 싶다. 어머니의 바심장이 왜 그토록 맛있고 향기 넘치는 것이였는지를 지금은 알것같다 그것은 바로 간장을 거르지 않은 메주로 담근 장이였다는 바로 그것에 있다고 확신하고싶다. 간장을 거르지 않은 장,메주의 정수를 있는 그대로 덜지도 더하지도 않은 단순함과 순수함을 장속에 고스란히 품고있다는 바로 그것이리라.그래서 어머니의 바심장은 맛과 향기를 몽땅 갖춘 천하일미로 될 수밖에 없는 것이 아닐가. 어머니의 일생도 그 바심장처럼 단순함과 순수함을 쭈욱 고집해오신 일생이라고 굳이 믿게된다. 생각이 단순하고 순수한 사람은 희노애락에 민감할수 밖에 없다.그래서 기쁘면 티없이 환한 웃음을,슬프면 눈물을 감추지 못하는 ,나의 어머니가 바로 그런 성품의 소유자이신 것이다. 아,바심장 같은 어머니의 인생.</p><p class="ql-block"><br></p><p class="ql-block"> 2018.1연길에서 </p>